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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부필부로 사는 게 행복한 세상

  • 이향숙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5.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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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정치든 경제든 어수선한 이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문 정부의 법적 혐의 공직자 처리와 고위 공직자 후보에 대한 국회의 인사 청문회를 수 없이 보면서 더욱 그런 결론을 내렸다.

  대통령 다음 가는 이 나라 최고의 공직자들로 선임될 후보들에 대한 청문회는 부끄러운 그들의 추한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그럴 일 없는 나 같은 필부필부 평민은 전 국민들에게 그런 망신당할 일이 없으니 청문회 예정일부터 스트레스로 밤잠을 설치지 않아도 되고 얼마나 다행인지.

  최근의 A 후보자는 아파트 다운 계약, 위장 전입, 가족 동반 외유성 해외출장, 논문 표절 등 비리 의혹이 폭로됐다. 국회의원들의 지적에 “사려 깊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B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 아파트 갭 투기, 지방세 부당한 면제 등 의혹이 폭로됐다.

  C 후보자는 외교관으로 해외 근무 중에 면세로 명품 도자기를 수천 점을 면세로 들여와서 카페까지 열어서 판매했다. 그는 집에서 사용할 것들이었다고 변명했으나 그 엄청난 물량 사진에 거짓말임이 입증되자 “국민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고 말하면서 결국 후보를 사퇴했다

 D 후보는 부부가 자동차세와 과태료를 체납해 32 차례 차량이 압류를 당했었다. 그는 부끄럽다고 사과했다.

  전 국민에게 생중계된 청문회 결과 이들의 후보 철회를 야당은 요구했으나 결국은 1명 제외하고 모두 임명됐다.

 오래 전 누구는 부인의 다양한 편법 범죄에 대해 사실이라면 법의 처벌을 받겠다고 공언하면서 아직도 혐의는 부정 일색이다.  

청문회 의혹에 대한 질의에 답하는 그들의 태도도 여러 유형이다. 사과하는 형과 나는 모른다는 모르쇠 형, 가족에게 책임을 오리발 형, 절대 아니라는 항변 형 등. 그러나 어느 것도 그들 혐의를 무효화하지는 못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또 과거 누구는 아들 병역 비리에 대해 신상털기라고 적반하장 항의했다. 모 후보는 일본에 호화 아파트를 갖고 임대료까지 꼬박꼬박 받으면서 매매 날자와 매매 당사자 이름, 가격도 안 적힌 가짜 임대계약서를 공개했다. 이 분은 차라리 처음부터 수긍하고 사과했다면 사생활까지

언론에 공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야당일 때 한 말을 공직자가 되면 뒤집기 일쑤여서 내로남불이란 비난을 받는 경우도 여럿이다.

  나는 평생 종합소득세를 납부한 일이 없는데 며칠 전 세무서로부터 이달 말까지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라는 통지가 왔다. 은행 이자 소득을 신고하라는 것이다. 은행에서 증명서를 발급 받았는데 지난 해 이자 수입이 부과세 기준인 2천만 원에 5분의 1도 안 되 웃었다. 평생 큰 소득 없으니 집 팔고 이사 갈 때 내는 취득세나 등록세 외에는 많은 세금을 부과 받은 일도, 탈세도 없이 살아왔다. 평생 글쟁이 월급쟁이로 만족해왔다.

 나는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 깜이 안 되지만 제의를 받은 일은 있고, 국회의원의 프로포즈를 받은 일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일에 부담을 느껴 단호히 거절했다. 신문기자 하면서 배운 것은 정치가나 그 부인은 너무 사생활이 없이 바쁘고 피곤하고, 항상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그 임기가 제한적이니 임기 후엔 부인들이 너무 초라해진 경우를 여럿 봤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게 행복이라 여긴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이 애당초 없어서가 아니라 내 분수에 맞는 것에  맞추다보니 욕심이 아예 생기지 않았다. 절약을 생활화해서 조금 돈이 모이면 익명으로 여러 군데 기부를 했고 돈 없으면 어떤 모임 회원으로 양로원이나 고아원에 정기적으로 가서 짜장면을 만들어 주거나, 목욕 봉사하거나, 가족이 찾지 않는 요양병원 노인 환자들을 위문하는 일을 했다. 그런 일들은 내가 출세하고 명예를 얻고 부자가 되는 일보다 더 나를 행복하게 했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행복이고 보람이다.

  국무총리가 되고 장관이 되고 재벌이면 다 행복해지는 지 궁금하다.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다고 그게 최선인 삶인지 궁금하다. 부동산 투기와 학벌 위조, 문서 위조해서 출세하는 건 모래 위에 번드르한 아방궁을 짓는 일이니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게 무너져서 결국엔 국민의 욕을 먹으며 하차하고 마는데 끝이 초라한 건 행복이 아니다. 공직자가 되려면 우선 수신제가 할 일이다. 그 걸 못하면 공직자 후보로 아예 나서지 말아야 한다.

  고위공직자들이 호화 음식점에서 진수성찬 먹고 고급 자가용 타고 다닐 때 과연 그분들은 평민들이 김치찌개 먹으며 하하 웃고, 농민들이 땀 흘린 후에 막걸리 한 사발 마시는 모습, 시장 바닥에서 폐지 줍고 돈 몇 푼 손에 쥐며 집으로 돌아가는 행복하고 편안한 마음을 모를 것이다. 행복 지수는 돈과 명예, 사회적 지위에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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