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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 이향숙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5.24 17:28
  • 수정 2021.05.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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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며칠 전 23일 일요일 EBS1 TV에서 <라이어 라이어>(거짓말쟁이)라는 영화를 시청했다.

5살 짜리가 학교 수업 중 교사가 학생들에게 아버지 직업이 무언가 물었는데 다 평범한 대답을 솔직히 했는데 맥스라는 아이는 “라이어 라이어”라고 했다. 교사가 놀라니까 아이는 다시 “정장 입고 판사하고 얘기해요.”라고 답했다. 맥스 아버지는 젊은 변호사다.

  맥스 아버지 변호사는 일찍 퇴근해서 아들과 놀아주거나 생일잔치에 참석하겠다던 아들과의 약속을 자주 어겼다. 그래서 아들은 아빠를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한다.

 그 아빠가 남편에게 고소당한 어느 불륜녀의 변호를 맡게 됐다. 재판 전 만난 두 사람은 법정에서 할 말을 논의한다.  

   “그러니까 이혼 합의금을 받자는 거죠? 외도는 한 번 하고..”

   “아뇨. 일곱 번 했어요.”

   “증거는 한 번이니 한 번 한 겁니다.”

   “한 사람이 아니고 일곱 사람예요.”

   그리고 변호사는 그녀가 남편 사랑을 받지 못해 딱 한 번 외도한 것으로 사건을 거짓 정리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아들이 아빠를 라이어로 생각하는 데 충격 받고 재판에서 진실만 말하기로 결심한다. 솔직했던 의뢰인 여자는 갑자기 바뀐 그의 태도에 혼란을 겪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남편에게 불리한 새 증거가 나타나 기적처럼 승소한다.

  여자는 사실대로 고백했지만 오히려 변호사가 사실을 일부 감추고 축소하고, 남편을 원인

제공자로 몰아갔다. 그러나 진실하겠다고 결심한 후 혼란스러운 감정에 휘말린 그는 광기를 부리고 자해하기도 했다.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영화다.      

  오래 전에 본 미국 비디오 영화 <변호인>도 문득 생각났다. 어떤 중죄도 무죄 판결을 받게 하는 최고의 말발 좋은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그런 그는 당연히 수임료도 미국 최고이다. 그에게 어느 날 남편을 살해한 피의자인 중년 여자로부터 의뢰를 받았다. 상류층 부인인 그녀는 나이 차가 많은 남편과 둘이 살았고 슬하에 자식이 없었다.

  그녀는 남편 몰래 젊은 남자와 밀회를 즐기며 살았는데 어느 날 그 불륜 문제로 부부 싸음을 하다가 남편을 살해했다. 그녀는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그녀는 자기 변론을 그 유명 변호사에게 의뢰했다. 재판 전에 사전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는 그녀에게 자식이 없는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남편이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말의 진실 여부는 남편이 사망했기 때문에 당연히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 대답에 변호사는 무릎을 탁 치고 쾌재를 불렀다. 재판에서 변호사는 결혼한 부부는 당연히 자식을 갖는 게 정상인데 그 남편은 아이를 갖기를 거부했고 그 이유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래서 부부 싸움이 잦았다고 했다, 그날도 싸우다가 스스로 넘어져서 뇌진탕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녀는 무죄 석방됐고 애인과 희희낙락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났다.

  모든 변호사가 다 그들처럼 거짓말쟁이는 물론 아니라고 믿는다. 그러나 살인죄를 지어도 돈이 많으면 훌륭한 변호사를 고용해서 죄를 감하거나 면할 수 있는 건 가능한 일 같다. 그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까지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다.

 1988년 10월에 영등포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 12명이 호송 도중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그중 지강헌이 8일 만에 결국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마지막 그가 남긴 말이 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었다. ‘돈 많은 사람은 무죄가 되고 돈 없는 사람은 억울해도 유죄로 처벌받는 세상이다. 자기는 돈이 없어서 유죄 판결 받았다’는 뜻이다.

  그 후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유행한다.

최근 어떤 사건에 대해서도 다시 그 유행어가 돌고 있다.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이 술에 취해서 아무 것도 기억 안 난다면서 사실을 사고 당사자 측에게는 말하지 않는데 그가 고용한 변호사는 진실을 다 아는 듯이 “다른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라고 입장문을 통해 부정하고 있다.

 사망자의 동석자가 술에 많이 취해서 기억이 전혀 안 난다고 침묵을 지키는데 어떻게 현장에 없던 변호사는 시시콜콜 다 알고 있다는 듯 주장하는지 의문이다. 그것이 궁금하다.

영화 <라이어 라이어> 대사가  다시 생각난다.

  “도망은 갈 수 있어도 숨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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