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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져라

  • 이향숙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7.1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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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지만 젊었을 때 성경을 열심히 읽은 적이 있다. 그 중 금과옥조라고 생각하는 게 마리아 얘기다. 예수가 길을 가는데 많은 사람이 모여 있어 보니 군중들이 한 여인을 둘러싸고 더러운 여자, 창녀라고 욕하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예수는 그 광경을 보고 말했다.

  “누구든지 죄 없는 자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러자 사람들은 슬금슬금 뒤돌아서 사라져 버렸다. 이 얘기는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대부분 안다고 믿는다.

  요즘 대선 후보 춘추전국 시대가 왔다. 여 야 할 것 없이 후보들이 너도 나도 나서서 내년 3월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그들은 정책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더럽고 치졸한 싸움만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여론 조사 결과 유력한 후보 2명을 합종연횡식으로 집중 포화하는 중이다. 이럴 때는 단결이 잘 된다. 또 C 후보는 장관 시절 쥐 잡듯 잡았던 A 후보를 또 다시 잡을 기회를 얻고, 역시나 헐뜯기 일색이다.

  “A 후보 부인이 과거 어떻다, 장모는 또 어땠다.  B후보는 여배우와 과거 불륜의 연인이었다.” 등등. 공격 면에서는 온 후보들이 일치단결하고 있다.

  여자인 입장에서 이런 발언들은 참으로 듣기 거북하다. 더구나 B 후보는 생중계된 자리에서  스캔들에 대해 질문하자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라고 응답했는데 과연 이 말이 한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발언인지 의심스럽고, 중국 고사에 나오는 오나라의 소부처럼 강에 가서 귀를 씻어서 들은 말을 취소하고 싶다. 스캔들의 사실 여부를 떠나 겨우 이 정도의 천박한 인격자인지 실망이 크다.

 그는 자기 형수에게도 과거 험한 욕을 한 일이 있다고 한다. 한때 서로 사랑했다면 깨끗하게 마무리해서 여배우가 한을 안 품게 처신했어야 옳다. 내가 보기엔 그 여배우의 한이 오뉴월 서리 같다. 불륜이었다 해도 인정하고 상처를 남겨주지 않았어야했다. 그 책임은 B에게 있다.

 A후보 부인이나 장모에 대한 도 넘은 공격도 문제다. 후보와 피 한 방을 안 섞인 장모는 엄격히 남이다. 후보의 사돈의 팔촌까지 뒤져서 흠집 내겠다는 건 비열하다. 그 부인이 유흥업소 여자였다는 증거도 없으면서 “..캣다더라.”식의 유언비어까지 돌고 조작인지 의심스럽다. 공격을 위한 공격, 트집을 위한 트집으로 밖에 안 보인다.

 예전 이회창 전 국무총리의 대선 후보 시절이 새삼 떠오른다. 대법관 시절엔 대쪽 판사, 감사원장 시절엔 강직하고 청렴결백한 분으로 존경받았다. 그러나 대선 후보로 나서서 당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되자 반대편에서 아들이 병역 기피했다고 루머를 조작했다.

  그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였던 전 동료에게 내가 직접 들은 얘기가 있다. 라이벌 후보 측 실세 정치인 J씨가 주동이 되어 아들 가진 엄마들 눈물과 분노를 자아내는 작전을 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엄마들 단체관광이 늘어난다. 그는 관광 업체에 청탁해서 그 관광버스에서 오가는 내내 김광석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를 틀게 했다. “집 떠나와 열차 차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집 밖으로 나설 때...”

 이 노래를 들은 엄마들은 센티멘털한 여행길에, 군인 아들, 곧 군인 갈 아들 생각하는 감상이 겹쳐져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 다음엔 이 후보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솟았다. “대한민국 엄마들이 다 이런 아픔을 겪는데 당신 아들은 병역 기피했다고?”

엄마들의 그 오뉴월 서리가 모이고 모인 결과는 이 후보의 패배였다. 선거가 끝난 후 아들은 병역 기피가 아니라 신체검사에서 부적격이었다는 미필 사실이 판명됐다. 아니면 말고 식의 조작이었다.

  지금 특정 후보를 쥐 잡듯 잡고, 측근을 감옥까지 보내는 제2, 제3의 J는 과연 팩트에 근거한 주장일까. 그들은 과연 성경 얘기처럼 돌을 던질 자격이 충분한 결백하고 공정한 사람들인지 자신들부터 검증하고 양심선언 해야 할 것이다. 설사 후보들 일이 사실이라 해도 국민들은 매번 선거 때마다 겪는 조작성 공격에 식상하다.

  나라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을 달래주는 희망의 생명수 같은 공약을 원한다. 타 후보를 공격하는 추잡한 성적 공격으로 귀한 시간낭비 보다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자기만의 소신 발언으로 미소 짓게 하는 공약이 아쉽다. 이회창 후보 같은 억울한 조작의 피해자가 더 나오면 안 된다.    

 국민들은 부처나 예수 같은 완벽한 인격자를 원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더러운 인격자도 괜찮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소의 결점이 있어도 인간적인 매력으로 보이는 후보, 그저 등 따습고 배부르게 살게 할 수 있는 선량한 사람만을 원한다. 나라의 정치가 잘 돌아가면 국민들은 태평성대를 누리느라고 나라의 존재를 잊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촛불 시위 이후 연일 나라 돌아가는 상황을 의식하고 산다. 셋이 모여도 정치 얘기 없는 삶을 줄 후보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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