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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만 하는 정부에 국민들은 이제 화내기도 지쳤다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7.19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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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남 탓을 하는 것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발악’의 일종이다. 그래서 그것에는 인간관계를 나쁘게 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고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투영된다고 볼 수 있다. 논어에서 보면 “군자는 자기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잘못을 찾는다”고 했다. 다시 말해 군자는 자기 탓을 하고 소인은 남 탓을 한다는 말이다. 이는 곧 자기 탓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현재의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남 탓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이 절대로 좋아질 수가 없다. 늘 잘 안 되는 것은 남이나 주변 상황 탓이지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해야 앞으로 더 노력하면 능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남 탓만 일삼는 것일까? 겸손하지 않아서 그렇다.

 우리는 남 탓을 떠넘기기, 즉 책임전가(責任轉嫁)라고도 부른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에 대해 책임자가 스스로 그 책임을 다 하지 않고 타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를 말한다. 이런 일은 특히 사건의 원인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 자주 일어난다. 그런 사람은 당연히 인성(人性)이 나쁘다거나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어느 단체나 기관의 리더가 책임전가를 계속하면 그 단체나 기관은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 정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3일 코로나 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회의에서 코로나 백신 부족사태에 대해 “백신 개발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강대국의 백신 사재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어느 나라가 그들처럼 하지 않겠는가. 남 탓하기보다 백신 부족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미리 백신을 확보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백신 확보노력을 하지 않은 잘못은 사과하지 않고 남 탓만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더구나 당시 여당 원내대표는 백신 부족사태가 “ 야당과 일부 언론이 가짜뉴스로 정치쟁점화 시켜왔다”고 했다. 백신 공급 차질이나 백신접종율의 저조에 대한 언론 보도나 야당의 지적은 그 때나 지금이나 사실인데도 여당이 억지 주장을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작년에 “ 2분기부터는 모더나 백신 2,000만 명분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했지만 2분기 도입은 못했다.

 최근 들어 코로나 신규 확진환자가 1,600 명 선을 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확진환자 10명 중 3명, 변이 감염자 중에서는 10명 중 7명이 델타변이 감염자라고 한다. 델타 감염자는 3주 연속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등장한 변이 중 가장 전파속도가 빠르다. 4차 대유행의 중심인 수도권은 이미 델타변이가 주류를 이루고 지역으로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정부는 수도권에 4단계 방역조치를 내린데 이어 지방에도 방역단계를 높이고 있다.

 델타변이의 전파력이 기존의 2.7배에 달한다는 것은 인도에서 델타변이가 처음 발견된 작년 말부터 나왔다. 지난 5월엔 세계보건기구(WHO)가 델타변이의 확산을 우려했고, 국내 전문가들은 “델타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전에 해외 검역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작년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으로부터의 입국금지를 망설이다가 국내 확산을 막지 못한 실패를 반복하지 말라는 당부였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이런 경고를 무시했다.

  델타의 국내 유입이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 4월18일이었다. 두 달 만에 델타 감염이 전체 변이 감염의 13%를 넘었다. 그런데도 방역당국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했다. 델타 변이 감염이 70% 수준까지 치솟자 정부당국은 “ 사후적으로 보면 방역이 더 강하게 관리했어야 한다는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5월부터 전문가 경고를 무시해 사태를 악화시킨 정부가 무슨 말인지도 모를 이상한 말로 얼버무린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영국에서 델타 확진환자가 1만 명대로 급증하고 국내에도 확산 일로였던 지난달 말 정부는 거리두기를 완화할 것 같은 태도를 취했다는 점이다. 6월 백신 접종이 일시적으로 늘어나자 상황을 성급하게 낙관한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때 백신 물량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백신 예약의 중단사태가 벌어져 이른바 백신’보릿고개’가 이어졌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열고 “방역에 실패하거나 방역 때문에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 회의에는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모두의 책임’이라는 것은 흔히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으로 된다. 특히 누군가 “모두의 책임”을 말할 때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책망하는 뜻을 담는 경우가 많다. 이 상황에서 책임이 가장 큰 사람은 누굴까? 문 대통령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적어도 “내가 모든 책임을 질 테니 모두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하는 게 옳은 것이 아닌가. 그러나 필자의 기억으로는 문 대통령은 이런 경우 지금껏 한 번도 이런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 뿐 만이 아니라 다른 국정에서도 정책이 실패했을 경우 똑 같은 태도를 보였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이나 실업대책, 탈(脫) 원전정책, 부동산정책이 실패했지만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물론 시정할리도 없다.

 문 대통령은 어느 때에는 “ 한국이 가장 성공한 방역 모범국이 됐다.”면서 자신의 국정성과라는 식으로 홍보를 거듭했다. 그러나 상황이 안 좋게 바뀌자 “모두의 책임”이란다. 전형적인 책임전가다. 청와대 참모들도 같은 언행을 보인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기모란 방역기획관은 ‘컨트롤 타워’ 역할이 아니라 정부 각 기구들과 청와대 간의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코로나 4차 대유행에 대해 ‘기모란 책임론’이 제기되자 청와대가 책임질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과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요한 재난재해의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 라고 못 박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할 때도 그랬고,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2003년 사스 때 노무현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 빈틈없이 방역했다”고도 했다. 2017년 대선 때는 “청와대가 국가재난에 대해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청와대 수석이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가 아니라고 한 것이다. 참으로 해괴한 변명이다.

 아프리카 아덴만에 파병된 해군 청해 부대 문무대왕 함에서 80여명의 코로나 확진환자가 나왔는데, 그 원인이 지난 2월 아무도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은 채 무방비로 출항했기 때문이란다.  지난 4월에 군 백신 접종이 시작 됐고, 5월 한. 미 정상회담에선 55만 명의 국군용 백신도 확보했다. 6월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은 유럽에서 “북한에 백신 공급”까지 언급했다. 그런데 청와대와 정부 누구도 청해 부대에 백신을 보낼 생각조차 안했다. 태극기 달고 이역만리 파병 된 장병들이 북한보다 우선이란 말인가.

 재외공관 외교관들도 백신 접종은 ‘사각지대’인 모양이다. 180여 공관 중 100여 곳만 접종하고 이미 전 직원 1,400여 명 중 78명이나 확진환자란다. 그런데 정부 관계자는 “함정은 우리 영토가 아니라 백신해외반출이 어렵다”고 변명했다는 보도다. 함정은 우리 영토라는 것조차 몰랐다는 것인가. 이 얼마나 창피한 노릇인가. 재외공관 직원이나 파병장병은 나라를 위해 나갔는데 나라가 지켜주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국민들은 이제 화내기도 지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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