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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과정은 미래비전을 논하는 장이 돼야 한다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7.26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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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2022년 3.9 대선(大選)이 미래비전은 하나도 없이 과거에만 매몰돼 치러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선과정이란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새 리더를 선택하는 숙고(熟考)의 시간이자, 후보들이 제시하는 미래비전을 두고 각계의 담론(談論)과 국민들의 총의(總意)를 모으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제 앞으로 7개월 남짓 남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주요 의제들은 후보들의 미래비전이 아니라 ‘X 파일’ 이니, ‘바지’니, ‘적통’이니 하는 각종 추문(醜聞)성 의혹과 말꼬리 잡기에 맞춰져 있다.

 대선 초반전부터 시중(市中)을 달구는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한 숨이 절로 나온다. 야권 유력 주자의 아내와 장모이야기, 그것도 결혼 전에 있었다는 ‘카더라’가 장안의 화제이더니 여당 유력 주자의 여배우 스캔들이야기가 이를 덮고 새로운 화제로 올랐다. 다시 다른 여당의 유력주자의 적통여부 논쟁이 뜨거워졌다.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들이 돌아다닐지 예측이 안 된다. 진실 여부를 떠나서 대통령 후보들을 둘러싼 이런 통속적 소재들을 듣게 되면 혀를 차게 된다. 우리나라가 이런 나라인가. 아니지 않은가.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간의 경선 레이스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 내용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뿐이다. 특히 지지율 1. 2위 후보들 간의 주요 의제는 미래비전은 없고 오로지 과거에 대한 흠집잡기에 치중하고 있다. 당내 경선부터 이러니 본선에서는 어느 정도일지 걱정이다. 여북했으면 당 내부에서조차 “경선과정에서 남는 것은 ‘바지’와 ‘적통’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겠는가.

 야권 유력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는 더 엄청나다. 먼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한 공격은 그들이 사정기관의 장으로서 중도 사퇴하고 곧바로 정치에 뛰어든 것에 대한 비판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평생 공직생활을 한 직업공무원 출신이지 처음부터 정치인은 아니었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선택하여 정부 요직에 임명한 현 정권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의 반열에 올랐다. 현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낸 사람이 왜 정권에 등을 돌리게 되었을까? 이들이 배신자인가.

 여권에서 이 두 사람이 중도 사퇴하고 정치에 참여한 것을 두고 “감사원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적반하장(賊反荷杖)에 불과하다.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정치적 편 가르기로 먼저 감사원과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이가 누구인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이 아닌가. 그래놓고 이제 와서 여권이 정치적 중립 운운 하며 비난하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더구나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 결혼 전에 있었던 아내나 장모 문제에 대해 ‘X파일’이라는 이름으로 후보가 책임지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도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런 경우는 전에도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시절 당시 여당 후보 측에서 결혼 전의 작고한 노 후보 장인의 전력을 두고 공격하자 “ 그러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고 일갈하니 그 후 그 문제는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았었다. 그래도 그 때나 이 때나 말꼬리 잡기는 계속 됐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서는 흠 잡을 데가 없었던지 딸이 집을 사는데 부족한 돈을 이자를 받고 빌려준 것을 두고 불법 상속한 것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여당 전 대변인이란 사람은 종편에 패널로 나와서 최 전 감사원장의 아들의 입양을 두고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 여성 패널은 최 전 감사원장이 아들의 입양사실을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면서, 그 이유는 그런 말을 계속 하면 입양 된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 패널은 그 후로 패널로 나오지 못하게 됐다.

 

 정치판이 어디 기성 정치인들만의 무대인가. 더욱이 야권은 유력 대선 후보를 스스로 발굴하지도 못했다. 그러니 더욱 겸손한 자세로 대선국면을 맞아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해 비난을 받는다. 이준석 대표는 ‘경선버스 정시출발론’을 들고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했다. 그는 또 윤 전 총장의 ’X 파일‘ 문제가 나오자 ’주머니 3개 이야기‘를 꺼내더니, ’비빔밥론‘에서 윤 전 총장을 ’당근‘으로 비하하고,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다소 빠지자 ’위험‘하다면서 과거 실패한 안철수 대표와 비유하면서 여의도 정치를 모른다고 했다.

  이런 경선과정을 지켜보면 우리 정치판의 후진성을 그대로 입증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처음부터 대선판도가 'X파일‘로 시작해야만 하는가. 2002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김대업의 병풍(兵風)사건‘이 있었다. 녹음파일 한 개로 시작된 병풍은 ’성공한 정치공작‘이었다. 정치공작의 짜릿함과 탁월한 효과는 마약 같아 끊기 어려운 유혹인가 보다. 기업과 경제는 세계 일류로 도약하는데 정치는 아직도 이 모양이니 부끄럽지 않은가.

 지금 나라밖은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다툼은 심화되고, 선진국들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빅 데이터, 백신을 비롯한 새로운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다. 그래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자국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어떤가? 2030, MZ 세대가 사회 전반적으로 시스템의 대폭적인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급변하는 국내외정세 속에서 겨우 한다는 것이 ‘바지’나 ‘X파일’이나 떠들어 대며 선거를 치르겠다고 한다.

 현 정권이 쌓아놓은 ‘신(新) 적폐’가 어디 한 두 가지인가. 뿌리나 논리를 찾기 어려운 소득주도 성장정책, 시장과는 동떨어진 부동산 정책, 북한에 대한 짝사랑과 굴종적인 대북정책, 국익은 제쳐놓고 이념과 감성만으로 대하는 외교정책, 전 정권에 대한 가혹한 적폐수사, 조국 일가(一家)를 살리기 위한 검찰장악,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4.15 부정선거 의혹 등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 이런 적폐들을 타파하고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담론(談論)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政)은 정(正)이다’라는 말이 있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여기서 정(政)이란 글자는 정(正.바를 정)과 복(攵.칠복)이 합해진 글자이다. 위정자들이 옳은 일을 올바르게 하라고 두드리고 깨우치고 격려하는 것이다. 요즘 말로하면 권력이 부정부패하지 않고 공정한 정치를 하라고 비판하고 감시하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국민들이 각 정당이나 후보들을 향해 대선과정에서 미래비전과 국가운영전략을 담은 메시지를 내놓고 겨루라고 압박해야 한다.

 물론 그 메시지에는 현 정부의 위선적이고 불합리한 정책들을 평가하고 이의 개선책을 제시할 수도 있고, 지금껏 정지돼온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제도와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문제가 다뤄질 필요도 있다. 흔히 총선은 ‘과거에 대한 선택’이라고 하지만 대선은 ‘미래에 대한 선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미래’에 방점을 두는 게 옳다고 본다. 그래야 국민들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투표장에 나갈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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