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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저질 중계, 석고대죄, 환골탈태해야

  • 이향숙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7.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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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코로나와 폭염으로 심신이 지친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이 한 줄기 기쁨을 줄 거라고 희망을 걸고 23일 저녁 8시 TV를 틀었다.

시작 전부터 연습인지 본 공연인지 모를 괴상한 영상들이 이어졌다.

그 전에 상상하기로는 ‘TOKYO 2020'이란 글자가 화려한 레이저로 쏘아지며 팡파레가 요란하게 울려 개회를 알리고 일본의 문화 예술의 진수를 접하는 신나는 축제가 벌어지기를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고 사상 최악이었다. 내내 좀비들과 귀신들의 어울리지 않는 탭댄스가 음산한 조명과 어울려 저 세상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해외에서 온 기자들과 네티즌들이 올린 대부분 댓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온 장례식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외에 일본은 11,500명이 참가한 올림픽에 철저히 구두쇠, 바가지 작전으로 대회를 준비해 모두를 경악케 하고 있다. 박스를 만드는 골판지를 겹쳐서 침대 플레임을 만들어 걸터앉으니 찌그러지고, 매트리스는 플래스틱 판 세 개를 이은 것, 숙소 방 천정은 선수들 키보다 낮고, TV와 냉장고도 없고, 음료수는 밖의 자판기에서 사먹는데 값은 시내의 3배.

개회식과 폐회식, 주요 경기가 치러지는 원형의 주경기장은 과거 다른 대회 때와 달리 목재로 지었다. 원래 시설 규정은 개막식 때 성화가 도착하면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를 받아 꽂고 성화가 타올라야 한다. 그런데 일본은 2018년 완공했다고 IOC 임원들을 불러 공개할 때 성화대가 없다고 지적당하자 시정하려 했으나 목조 건물이라서 화재 우려로 결국 뒤늦게 밖에 설치했다.

여기까지 시청하는데도 신선한 기분이 들기커녕 한숨이 나왔다. 그래서 우리나라 선수들 입장 장면까지만 보려고 기다렸으나 그 순서도 한 참을 기다려야했다. 그런데 MBC가 입장 중인 각국 선수단을 소개하는 자료 화면에 올림픽과 무관한 부적절한 내용을 사용해 설상가상 불쾌지수를 극도로 높이고 낯 뜨겁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화면에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전 세계 최악의 원전 사고인 자료사진을 사용했다.

아이티 선수단 입장 때는 폭동 사진을 첨부한 뒤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띄우기도 했다.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이 이달 초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격으로 살해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선수 입장 때는 마약 원료인 양귀비를 대량 운반하는 사진을 보여줬다.

 엘살바도르 선수단을 소개하는 자료 화면에는 비트코인 사진을 넣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엘살바도르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자국 법정 통화로 채택해 논란을 빚고 있다.

 시리아 선수들이 입장할 때에는 ‘풍부한 지하자원, 10년째 진행 중인 내전’이라고 표기됐다. 마셜제도에는 ’1200여 개의 섬들로 구성,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고 했다.

말레이시아는 1인당 GDP와 코로나19 예방접종률로 소개하는 등의 분쟁, 기근, 낮은 국민소득 등을 소개했다.

이외에도 올림픽과 전혀 관련이 없는 분쟁, 기근, 인구 과잉에 대해 부정적 이야기만 했다.

  우리나라보다 약소국가들의 아픈 곳을 송곳으로 콕콕 찔렀던 것이다. 올림픽 정신을 망각했다. 외국에 대한 배려와 매너를 저버렸다. 개인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한 언론기관. 공인으로서의 중립과 정도를 버렸다. 방송국은 사과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으나 이미 자존심 상한 그들 마음과 전 세계에 한국과 MBC가 실추한 명예는 되찾기 어렵다. 분노한 외국 언론들도 일제히 비난 기사를 올렸고 비열하다 저질이라고 질타했다.

  이건 심각한 외교적 결례일 수 있다. 뒤늦게 담당자를 처벌한다고 해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우연한 실수가 아니라 남의 약점만 찾는 그 당사자들의 부정적인 시각과 저질적 인성일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이번 뿐 아니라 과거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 때도 아프리카와 남미 등의 국가에 대해 같은 식의 비하성 발언이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내보낸 일이 벌어져서 방통위가 징계를 한 바 있는데 개선은 커녕 더 황당하고 잔인하게 되풀이했다는 점이다.  만약 어떤 외국 방송이 한국 선수 입장 때 대통령을 감옥에 5년째 있게 한 나라, 502명을 사망케 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진을 내보낸다면 MBC 기분은 어떨까.

  다른 차원이지만, 최근 MBC는 채널 A 이동재 기자 사건으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작년 3월 MBC는 이 기자가 한동훈 검사와 유착했다는 보도로 이동재 기자가 구속되게 만들었다. 이 사건 발단은 이 기자가 유시민 재단을 취재하기 위해 취재원을 협박,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이 허위 사실을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자기 sns에 소개하고 이 기자는 한 검사와 유착했다며 구속됐다. 그러나 지난 7월 16일 1심 재판에서 증거가 없다며 이 기자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기자가 취재원에게 사실을 말해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하는 건 협박도 강요도 아니다. 그저 직업 정신일 뿐이다. 그런데 MBC는 거짓을 조작해서 이 기자를 기자직에서 몰아내고 구치소에 살게 했다.

 저질과 오보로 얼룩진 MBC는 어떤 방법으로든 전 세계, 특히 관련 국가에게 진심어린 석고대죄를 해야 하고, 뼈를 깎는 고통으로 자기 성찰과 반성, 환골탈태하는 개혁을 보여줘야 한다. 시급하고도 정확하고, 적절한 개혁과 관련자의 문책이 따라야할 것이다. 그 사실들이 시청자들에게 공개되고 인정받을 때 비로소 마음 떠난 시청자들은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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