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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치 이용할 ‘남북 정치 쇼’는 이제 그만하라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7.2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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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남북 간 통신선의 복원 소식이 전해지자 여권은 환영일색인 모양이다. 특히 여당 대선 주자들은 앞 다투어 “이거야 말로 무더위 속 한 줄기 소나기와 같은 시원한 소식” 이라며 “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남북관계에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지기 바란다.”고 했다는 보도다. 반면에 야권에서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대한민국 공무원 피살 등 비(非)인도적 처사에 관한 사과부터 받으라.”면서 “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위선으로 벌어진 사건들을 수습하려는 노력은커녕 국민 눈속임이나 하려는 얄팍한 잔꾀”라고 날을 세웠다고 한다.

 지난 27일 복원된 남북 통신선은 작년 6월 북한이 대북전단을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차단한지 1년 1개월 만에 다시 개통한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4월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소통해온 결과”라고 밝혔다. 필자는 이번 조치가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간의 협의 과정이나 앞으로 전개될 일들을 예측 내지는 평가한다면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첫째, 통신의 복원과정에서의 문제들이다. 수차례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판문점을 통해 한 것인지, 인편(人便)으로 평양과 서울을 방문해서 전달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남북회담은 어떻게 할 것이며, 그에 대한 남측의 노력이나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도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왜 복원 날짜를 6.25 전쟁 정전협정체결 68주년 일인 7월 27일에 맞춘 것인지도 말하지 않았다. 이런 의구심을 놔둔 채 장밋빛 남북 관계가 펼쳐질 것처럼 선전한다면 국민을 속이는 짓이다.

 둘째, 북한은 남북 통신선을 끊은 뒤 개성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서해상에서 대한민국 공무원을 피격 살해하고 불로 태우기까지 했고, 전(全)방위적으로 해킹공격을 해왔으며,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이어갔다. 그리고도 지금껏 사과나 책임 있는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더욱이 북한 핵 폐기는 진전이 전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문 정권은 왜 오랜 시간 비밀 협상을 통해 통신선을 복원했을까 하는 점이다. 임기가 10개월밖에 안 남은 정권이 근본적인 상황 변화도 없는데 어떻게 군사적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것인지 전혀 납득이 안 간다.

 셋째, 그동안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모두 6차례나 통신선을 열었다 차단하기를 반복한 북한이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서 통신선 복원에 합의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분명 북한이나 대한민국이나 그럴만한 시급한 사정이 있다고 본다. 우선 북한은 대북제재와 코로나 국경봉쇄로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모양이다. ‘하노이 노딜’이후 유지해온 ‘자력갱생’전략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한계에 직면해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남측으로부터 식량과 방역지원을 얻고, 바이든 정부에게는 제재수위를 낮추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던진 것 같다.

 그러면 남측의 필요성은 무엇일까? 남북한의 긴장완화는 북한 핵 폐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반도를 전멸시킬 핵폭탄을 들고 화해를 말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김정은의 의도는 핵은 그대로 놔두고 대북제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통신선 복원은 북한의 근본적 변화의 신호가 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 정권의 필요성은 한마디로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남북문제를 이용해 덕을 보려는 의도가 강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현재로서는 내년 3.9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국민의 과반을 훨씬 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에게 남아 있는 카드는 ‘북한 이벤트’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트럼프. 김정은 쇼로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대승을 거둔 전례도 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도 남측 정권이 보수정권으로 바뀌는 것보다는 현재의 정권이 연속되는 게 유리하다고 봤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치적(治積)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했다는 여권 관계자의 발언도 연관성이 있을 것이다.  

 

 넷째, 그렇다면 통신선 복원 이후 남북 이벤트는 어떻게 진행될까? 남북 화해기류가 형성되면 남북관계의 첫 관건은 8월로 예정된 하반기 한미연합훈련이 될 것이다. 북한은 줄곧 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해 왔지만, 백악관은 아직 이에 대한 언급을 아끼고 있다. 현재까지 주한미군사령관은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유는 한미연합방위 능력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 실탄 훈련을 하지 않으면 실전(實戰)에서 부하들의 피를 부른다.”고도 말했다. 비수처럼 꽂히는 말이다.

 다음은 남북정상 회담과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미. 북, 남북 정상회담의 추진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평화협정이라든지, 북한제재 해제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성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비핵화 등 실질적 성과가 없는 이벤트성 정상회담 추진은 오히려 국내 여론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대북 백신외교 주장이 회자(膾炙)되자 “우리가 맞을 백신도 없는데 북한에 퍼준다니 말이 되느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평화 쇼’를 하느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청와대는 코로나 19 여건에서 남북 간 회담을 대면회담 보다는 화상회담을 할 모양인 것 같다. 이미 통일부는 남북 화상회의에 대비해 4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4월 남북회담본부에 영상회의실을 만들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양 정상간 대면접촉이나 화상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한 바가 없다”고 밝힌 상태다. 이와 같은 전망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북제재의 조기 완화 혹은 해제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 북 간의 주요한 타결이 없는 한, 남북만으로는 한반도 상황을 개선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라고 했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막기 위한 관리 차원의 남북 간 관계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간의 북한의 패악행위들을 덮어둔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남북이 마주 앉을 수는 없다. 저들의 만행에 대한 사과도 피해 보상도 받지 않고, 게다가 재발방지 보장도 없이 또 다시 북한에 목을 매는 굴욕적 대화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남북 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의도라면 아예 시작도 않는 게 옳다고 본다. 정부는 북한 카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치 쇼’는 이제 그만하기 바란다. 국민들도 더는 속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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