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미친 집값’ 경찰 앞세워 잡겠다는 “미친 정부‘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8.03 06:1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불과 몇 년 전 KDI가 ‘우리나라 주택공급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란 보고서를 냈다. 내용은 “박근혜 정부가 주택 인. 허가를 너무 많이 내줘 이 집들이 완공되면 공급과잉이 우려 된다”는 것이었다. 그럴 경우 미분양이 늘고, 그러면 전세 값이 떨어지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역(逆)전세난이 생길 것이라고 봤다. 당시 문재인 정부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 이후 어떻게 됐을까? 역대 정부 최악의 집값 폭등을 가져왔다. 잘못된 정책설계에 따른 정부실패의 결과였다. 그러는 동안 26차례나 부동산대책이 나왔고, 그 때마다 집값은 뛰기만 했다. 이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은 90% 상승해 11억 5,000만 원을 넘었다. 전세가격 평균도 6억 3,000만 원을 돌파했다. 부작용이 예정된 임대차 3법의 강행으로 전. 월세 가격을 급등시켜 이른바 ‘전세대란’을 가져왔다.

 그러자 정부는 새집 부족이 집값불안의 원인인데도 제대로 된 공급대책 없이 세금 폭탄과 대출제한 같은 수요규제대책만 남발했다. 주택시장상황과 맞지 않는 대책을 내놓으니 자연히 시장에서 외면 받고, 정책의 신뢰마저 잃었다. 정부가 집값 상승원인을 잘못 진단한 것이 근본원인이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이후 줄곧 ‘집은 넉넉한데 다주택 투기꾼들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하면서 수요억제책만 강구했다.

  정부는 뒤늦게 방향을 틀어 작년에 와서야 처음 대규모 공급대책인 ‘8.4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집값은 안정되기는커녕 계속 오름세였다. 주택수요자들이 정부의 공급대책을 못 믿기 때문이었다. 못 믿는 이유가 있었다. 정부는 ‘8.4대책’ 때 경기 과천청사, 서울 태릉골프장 등 유휴부지에 아파트를 짓고 공공재건축을 추진해 서울 등 수도권에 13만여 가구, 전국적으로는 2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년이 넘게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예컨대 과천청사 개발은 주민들의 결사반대로 백지화됐고, 1만 가구를 짓겠다던 태릉골프장 역시 규모가 절반정도로 축소될 것 같다. 1만 가구가 들어선다는 용산 정비창부지와 3,500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서부면허시험장부지 등도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공공재건축으로는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후보지는 겨우 4곳 1,500여 가구뿐이다. 이러니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있겠는가.

 특히 ‘인구는 줄고 주택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으므로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정부의 주택시장 진단은 무지(無知)의 극치였다. ‘저(低)출산. 주택보급률 급증’이라는 정부의 인식은 언뜻 보면 당연한 것 같다. 그들 논리대로라면 집값의 폭등은 투기꾼과 불법 때문이 맞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에는 이런 공식이 맞지 않는 변수가 많다. 그런데도 이를 간과(看過)하여 정책실패를 가져온 것이다.

 우선 저(底) 출산으로 주택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은 저 출산 자체가 시차(時差)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신생아 출생이 줄었다고 바로 주택수요가 줄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집을 사려고 하는 인구는 30~80대까지로 주택수요자는 2015년부터 2019년에는 매년 35만 명씩 증가한다. 또 2030년 까지는 연평균 30만 명씩 주택수요자가 증가한다. 수요는 줄어드는 게 아니라 계속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또한 주택보급률만 보면 집이 남아야 한다. 하지만 주택 재고와 공급은 양적 측면과 질적인 부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서울의 1,000채 단지를 허물고 새로 1,100채를 지었을 때, 양적으로는 100채가 늘어나지만,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은 1,100채가 증가한 것이다. 이런 재건축 단지들은 입지도 좋다. 그런데 정부는 재건축의 주택공급 효과를 낮게 보고 억제해 왔다. 더욱이 은퇴 세대 증가는 주택수요 감소로 해석했으나 오판(誤判)이었다.

 

  집값의 폭등이 이어지자 엊그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토부 장관, 금융위원장, 경찰청장을 대동하고 나와서 대(對)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부동산시장 안정은 정부 혼자 해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집값 안정은 시장 참여자 모두, 아니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야 가능한 일” 이라고 했다. 또 “국민들의 과도한 수익기대 심리를 제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미친 집값’을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국민 모두’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다. 반성도, 대책도, 비전도 없는 담화였다. 형법에 주거침입죄 까지 둬서 보호할 정도의 중요한 사유재산인 주택을 놓고 공유지 운운하기도 했다. 말이 되는가. 그는 시장을 움직이는 힘으로 주택수급, 기대심리, 투기수요, 정부정책이라고 했다. 그런데 주택수급과 정책은 문제가 없는데 오로지 기대심리와 투기심리가 문제라고 했다. 정부의 무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담화는 이 정부가 얼마나 민심과 동떨어진 정부인가를 보여주는 것이었으며, 국민들이 겪고 있는 부동산 충격에 대해 아직도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홍 부총리마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책임을 정부 정책실패로 안 보고 국민 탓으로 돌릴 줄은 몰랐다. 이 정부의 핑계와 남 탓은 정말 중증이다. 내 집 마련을 못하면 어떻게 하나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국민들을 투기꾼으로 몰아붙이다니 할 말을 잃는다.

 경찰청장을 대동한 채 갑자기 집값이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으름장도 놓았다. 부동산시장 담화자리에 왜 경찰청장이 나오나. 국민을 협박하는 건가. 이해할 수가 없다. 정부가 이러니 여당 대선후보들도 부동산 문제에 ‘왜곡된 시각’을 보인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국토 보유세”라는 미명으로 정부가 국민 재산을 강제로 빼앗자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오래 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택지소유상한법과 유사한 정책을 들고 나와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들이 도로와 철도, 학교와 병원 등 생활여건이 잘 갖춰진 주거지에 살고 싶어 하는 것은 죄악이 아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국민들의 소박한 희망이다. 이를 불온시하는 것은 공산독재국가에서나 있을 일이다. 정부는 ‘미친 정부’소리 안 들으려면,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정책을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시장원리에 반(反)하는 정책으로는 부동산 가격상승을 막을 수 없다. 재건축, 재개발, 대출규제를 풀고, 주택 한 채 가진 사람들을 옥죄는 과도한 세금을 줄여야 한다.  

저작권자 © 국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