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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협박에 한미연합훈련 취소는 절대 안 된다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8.0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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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까마귀가 모인 것 같은 무리라는 뜻의 오합지졸(烏合之卒)이란 말이 있다. 흔히 무질서한 군중 또는 훈련도 받지 못한 군대를 빗대하는 말이다. 이 말의 유래는 이렇다. 서기 755년 당나라는 ‘안산의 난’으로 근 10년간 초토화 되었다. 이후 주변국의 침략과 반란이 이어졌다. 심지어 소금장수였던 황소가 난을 일으켜 수도 장안을 점령하고 스스로 황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지방 절도사 주전충의 난으로 290년 만에 멸망했다. 이 과정에서 당나라 군대가 훈련을 받지 않아 지휘체계가 무너진 ‘오합지졸 군대‘라는 대명사가 되었다.

 엊그제 북한의 김여정이 오는 16일부터 시작될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해 줄 것을 요청하는 담화문을 발표하자 정부. 여당에서 이견이 속출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정부여당에서까지 혼선이 있다는 것은 북이 노리는 남남(南南) 갈등이라는 목적이 달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보 차원에서 다뤄져야할 연합훈련 문제가 2018년 남. 북. 미의 ‘비핵화 쇼’이후 정치논리에 다시 휘둘리는 게 아닌가 하여 걱정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3월 상반기 한미연합훈련 전에도 벌어졌었다. 당시 한국 정부 일각에서 훈련의 연기나 축소 주장이 나오자 미 국방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한미 간의 협의 끝에 ‘코로나 19 상황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야외 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치러졌다. 그 때는 김정은이 남북대화 재개조건을 들고 나온 반면, 이번엔 김여정이 나서서 “북남관계의 앞길을 흐리게 하지 말라.”고 협박한 것이다.

 북의 이런 요구는 남북 통신선 복원으로 예고됐던 수순이다. 연합훈련은 전에도 북이 줄기차게 중단을 요구해 왔던 것이어서 그렇다. 하지만 이번에도 먼저 불을 지핀 쪽은 한국정부였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통신선 복원 3일 만에 “연합훈련연기가 바람직하다”며 연기론을 공식화했던 것이다. 여기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국회보고에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주장하면서 통일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무슨 큰 ‘평화 쇼’라도 준비하는 게 틀림없다.

 반면에 송영길 민주당 대표나 민홍철 국방위원장, 박완주 정책위의장 등은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미 양국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나마나한 말이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현 정권의 성향으로 보아 훈련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입장인가. 미국은 “한미가 결정할 문제”라고 하지만 동맹을 향해 불안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미 동맹 약화는 인기 영합적 민족주의를 만족시키려는 ‘국방의 정치화’ 때문”이라고 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북한정책특별대표는 “워싱턴은 한국이 안보를 희생하면서 북한을 선거에 활용하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했다.

 미군 내부에서도 야외기동훈련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데 대해 우려가 높다. 에이 브럼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며 “실탄 훈련이 없으면 부하들이 피를 많이 흘린다.”고 했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한미훈련을 위해 한국군 55만명 분의 백신을 지원했다. 지난번까지는 코로나 19로 훈련을 불가피하게 축소한 면은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매번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훈련명칭도 제대로 붙이지 못하게 하는 한국 군 당국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 때문인지 미국은 일본 해상 자위대와 기동훈련을 실시하는 등 한 해 동안 총 38회, 연장 일수로 406일간 미. 일 연합훈련을 했다.

 우리는 어떤가. 문 정부 들어 연대 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은 2018년 4월 독수리훈련이 마지막이다. 미. 북 핵 협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미 포병. 보병. 기갑전력 연합화력훈련도 2017년 4월이 마지막이었다. 연대 급 이상이 참여하는 연합 상륙훈련인 쌍용훈련, 연합공군훈련인 ‘맥스선더’ ‘비질런트 에이스’ 등도 폐지내지는 축소됐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 19핑계로 소규모기동훈련은 물론 시뮬레이션 훈련 규모와 참가병력도 더욱 줄어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에 “연합훈련 중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김정은이 싫어하니 훈련을 하지 말라”고 했다. 여권 35명도 같은 말을 했었다. 우리 군 당국은 “그래도 대응태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이 신형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땐 “직접적 위협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을 속여도 너무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연합훈련도 실기동훈련은 실시하기가 어려울 것 이다. 적이 싫어하면 훈련을 하지 말라는 나라는 세계에서 아마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미국에서 “훈련을 위해 부대를 일본이나 알래스카로 재배치하는 걸 검토해야겠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앞이 캄캄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이 정권은 ‘남북 평화 쇼’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다 하려든다.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나라 안보도 팔아먹겠다는 것이 아닌가. 이번 훈련이 취소될 경우 이는 김여정이 대한민국의 주권에 여향을 미친 최소 5번째 사례가 된다. 김여정은 작년 6월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며 우리 정부에 대고 “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통일부는 4시간여 만에 곧장 “준비 중”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단 금지법을 단독 처리했다. 김여정이 상왕이 된 셈이다.

 올 5월 김여정이 재차 탈북민들의 삐라 살포에 “남조선 당국이 방치하고 있다”고 했을 때는 바로 경찰청이 “청장이 전단 살포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핵폭탄을 만들고,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쏘아대며, 개성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서해상에서 대한민국 공무원을 피격. 소각하는 등 온갖 만행을 수도 없이 저질러온 북에 큰 소리 한 번 못치고 굽실거리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래도 되는 것인가.

 북이 통신선 복원을 ‘대남 시혜’로 간주하는 것이 김여정의 입을 통해 확인된 만큼, 훈련 취소 요구는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 제2, 제 3의 청구서를 보낼 것이다. 우리 군의 대대 급 훈련의 금지는 물론, F-35A 도입, 예산에 반영된 차세대 첨단무기의 도입에 대해서도 트집을 잡을 것이다.

 문 정부는 미리 알아서 기는지 작년에 코로나 2차 추경을 하면서 F-35A예산 2,864억 원을 삭감했고, 올해 추경에서도 F-35A 도입예산 921억 원을 또 잘랐다. 군사정찰위성 예산도 169억 원을 삭감했다. 정찰위성은 F_35A와 함께 유사시 북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의 핵심전력인데도 예산이 뭉텅이로 삭감됐다. 이번 4차 추경에서는 북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개량사업비 345억 원까지 삭감됐다. 표를 위한 선심용 예산을 마련하느라 안보를 허무는 일을 서슴없이 벌인 것이 아닌가.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탁월한 전략가이며 군인이었던 클라우제비츠(1780~1831)는 ‘전쟁론’에서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딱 한 가지 방법은 평소 ‘실 기동 훈련’을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적군마저 존경했다는 2차 세계대전 최고의 명장 독일의 로멜(1891~1944)은 “나는 탁상 위의 전략은 믿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군은 어떤가. 겨우 대대단위 훈련만 한다, 그마저 없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끼리만 해서 되는가. 우리의 방어는 한미연합방어가 기본인데 혼자 훈련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손 한번 맞춰보지 않고 실전에 나간 축구팀이 대패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전쟁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총을 쏴보지 않고 전쟁에 나가면 부하들이 피를 많이 흘린다는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의 말이 비수처럼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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