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청주 간첩사건 전모 못 밝히는 이유가 무언가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8.09 06:10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너무도 충격적인 사건이다. 북에서 지령을 받고 국내서 다양한 정치활동을 한 간첩단원 4명(3명 구속, 1명 불구속)이 붙잡혔다. 이들의 주된 행각은 스텔스기 도입 반대에서부터 정치권 인사의 포섭과 ‘문재인 후보캠프 특보단원’으로 들어가서 활동하는 등 정치권 진입을 시도하는 것이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야당이 이 사건을 ‘문 캠프 간첩 게이트’라고 규정한 것처럼 ‘촛불정권’을 강타하고도 남을 소름 돋는 일이다.

 청주지역의 자칭 노동단체 활동가들이 연루된 이 간첩사건은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친북간첩활동이 아직도 우리사회 저변에 깔려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해 준 것이다. 이들의 활동은 연일 찔끔찔끔 밝혀지는 내용만 봐도 놀랍기만 하다. 이들 일당은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도입 반대를 위해 거리서명운동을 하고 규탄기자회견, 1인 릴레이 시위 등을 공개적으로 벌였다. 중국까지 가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 ‘친북지하조직을 결성하고 정치인 60명을 포섭하라’는 지령과 함께 공작금 2만 달러를 받았다.

 또 ‘김정은의 서울답방’과 ‘DMZ 평화인간 띠 운동’, ‘통일묘목 100만 그루 보내기 운동’도 벌였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지난 대선 때인 2017년 4월 문재인 더불어 민주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노동특보가 돼서 활동하고, 문 후보 지지선언 기자회견도 가졌다는 점이다. 이럴 때마다 이들은 마치 정당한 시민운동가인 것처럼 위장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모든 활동들이 공개적으로 진행 됐지만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중 한 명은 2014년 지방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던 당시 안철수 의원 싱크탱크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언론사를 운영하는 또 다른 한 명은 자신들의 활동을 기사화 했고, 2016년 총선 때는 무소속으로 출마까지 했다. 지난 1월엔 ‘윤석열 및 검찰 탄핵’ 광고 제안서를 배포하며 신문광고비 400만 원 모금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들의 행동은 공개적인 대북 지지. 지원활동을 넘어 직접 정치권에 침투하여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지역운동가로 분식(扮飾)한 간첩세력이 지방언론, 지방의회, 노동계 등을 넘어 중앙정치 무대에까지 세력 확장을 꾀하려고 했던 것이다. 더욱이 묘목 100만 그루를 북한에 보내는 운동을 한다며 여당의 중진 의원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고위 관계자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간첩활동을 보면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이들은 왜 해외로 나가 북한 공작원을 만났는지를 제대로 소명하지 않은 채 검찰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면서 “국가정보원이 조작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 정부의 국정원과 경찰이 간첩사건을 일부러 만들어 처벌할리는 없다. 국정원장은 ”피의자들이 북한공작원과 접촉하는 사진, 북한 지령문, 활동보고서, 김일성에 대한 충성서약문 등이 담긴 USB를 물증으로 확보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떠안아야 할 정치적 부담이 상당한 이 사건을 수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 사건이 생각보다 매우 심각했기에 법적 단죄에 나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들이 국정원이 조작수사로 자신들을 간첩으로 엮으려고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간첩단의 윗선을 보호하기 위한 술책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간첩활동 증거가 있는데도 진술을 거부하고 간첩이 아니라고 주장할 리가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청와대가 이들에 대해 모른다고 했으며, 이들과 만난 일이 있다는 여당 중진 의원은 단지 민원인으로 만났다고 하지만 납득이 잘 안 간다는 점이다. 이들이 어떻게 대선 후보캠프에 들어가게 됐고, 여당 중진 의원과는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 밝혀진 게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가 작년과 올해 코로나 관련 추경을 하면서 F-35A 도입예산 3,785억 원을 대폭 삭감한 것은 완전히 우연의 일치일까. 그런데도 왜 수사당국은 전모를 발표하지 않는 것인가.

 

 그리고 이들이 윤 전 총장 탄핵광고를 위한 모금운동을 벌인 때가 북한이 윤 전 총장을 맹비난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것 역시 우연일까. 이들의 활동이 어느 선까지 연결됐는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여기에 이들의 활동이 간첩이 분명한데 처음부터 간첩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회합. 통신’ 혐의만으로 적용해 구속한 것은 무슨 이유인가. 혹시 북한 눈치 보기는 아닌지, 또는 문제가 여권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꼬리 자르기는 아닌지 의문이 든다.

 겉으로는 ‘남북 평화’를 내걸고 속으로는 종북(從北)활동을 하는 자들이 오랜만에 적발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지령에 따라 간첩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단체는 과연 얼마나 될까? 일찍이 고 황장엽씨는 국내에서 암약하는 간첩은 적어도 5만 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 수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진보인사를 자칭하면서 노골적으로 북에 이로운 일만 하는 사례들을 보면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과거의 예로는 통합진보당 이석기와 RO조직이 있다. 이 조직은 북의 지령에 따라 종북 세력을 규합해 통진당을 접수하고,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 내란음모를 위한 무장조직까지 꾸렸다. 그리고 지령은 이미지 파일을 암호화한 ‘스테가노그래피’로 받았다. 2011년 ‘왕재산 간첩단’도 마찬가지다.

 또 한국대학생진보연합과 국민주권연대 등은 남북평화 무드를 타고 친북활동을 내놓고 해왔다. 이 단체들은 2018년  ‘백두산칭송위원회’를 만들어 서울 광화문에서 ‘김정은 환영식’을 열었다. 북한처럼 꽃을 흔들고 ‘김정은’을 연호했다. 미 대사관저 담을 넘어 침입했고, 성조기를 찢기도 했다. 미 대통령과 주한 미국대사의 ‘참수 경연대회’도 열었다. ‘사드반대 대책회의’라는 단체는 법원에서 이적판결을 받고도 간판만 바꿔 달고 반미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단체의 주장을 들어보면 북한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2008년에 광우병 시위를 주도했고, 2011년에는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시위, 2015년엔 세월호 집회에도 이름을 바꿔가며 참여했다. 그런데 아무도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경찰은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많았고, 문정인 전 대통령 안보특보는 “미 대사관 앞에서 데모를 해야 미국이 바뀐다.”고 말했다. 전 서울시장은 북한을 찬양하는 행사에 시청시설을 내주고 축사를 보내기도 했었다.

 기록에 보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사범들이 제일 많이 검거된 때는 1969년으로 한해에 무려 881명이 잡혔다. 그 후 보수정권기간은 대체로 연간 100명이상의 보안사범들이 검거돼 처벌받았으며, 김대중 , 노무현 정부 때까지도 이런 현상은 지속 되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현저히 줄어 2017년엔 40여명이던 것이, 2018년부터 남북 간 평화무드를 타고 20여명 선으로 뚝 떨어졌다.

 간첩들이 정치권과 정부기관에 침투하면 대북정책은 왜곡(歪曲) 되고 국가안보는 위태로워진다. 국민들은 이번 간첩사건과 같은 사건이 터지면 간첩들이 정치권이나 정부기관에 스며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따라서 여야를 떠나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청와대도 예외가 아니다. 수사당국은 이들이 활동한 전모와 증거물들을 언론에 소상히 밝혀야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責務)다. 국가안보를 지키는 일만큼 우선한 일은 없다.

저작권자 © 국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