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

  • 이향숙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8.13 23:1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코로나 블루에 빠진 채 방콕하던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우울을 벗어나게 한 것은 도쿄올림픽에서 잘 싸운 태극마크 선수들이었다. 메달 수를 떠나 샛별같은 신예들의 신기록 행진이 웃음을 주었다.  

  그 중에도 가장 큰 기쁨을 준 세계적인 배구 여제 김연경이 12일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인생의 반을 배구 선수로 보낸 그녀는 도쿄올림픽에서 빛나는 수훈을 세우고 아름답게 퇴장했다. 온 국민이 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박수 칠 때 떠난 것이다.

경기도 안산 출신인 그녀는 2005년 선수생활을 시작한 이래 국내외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뛰어난 실력은 물론 탁월한 인성까지 겸비해 단 한 명의 안티도 없이 많은 팬을 갖고 있다. 김 선수의 모습을 다시는 코트에서 볼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그동안 일본 터키 중국에서도 활약했는데 가는 곳마다 최고의 선수로 두각을 나타내고 칭송이 자자했다.

데뷔 무렵 국내 유명 감독들은 “한국 여자 배구 사상 최고의 왼쪽 공격수 재목이다.”

“앞으로 10년은 한국 배구를 이끌어갈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2019년 국제배구연맹은 “김연경은 한국 배구의 심장이자 영혼, 러시아의 체격. 미국의 힘, 일본의 기술, 브라질의 민첩성이 모두 있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그런 예언과 기대에 걸맞게, 아니, 그 이상으로 그녀는 한국 여자 배구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김연경은 8경기에서 무려 207점을 혼자 따냈다. 한 경기 당 놀랍게도 평균 25.7점이다. 그리고 런던올림픽 MVP로 선정됐다.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그녀의 눈부신 활약으로 사상 최초로 4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지금껏 그녀는 무릎 수술을 무려 세 번 했다. 그럼에도 항상 열심히 잘 싸웠고 터키와의 대결에서 선수들이 힘들어하자 김연경은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하고 격려했고 모든 선수가 하나 되어 분발한 결과 강팀 터키를 이겼다. 경기 후 터키 선수와의 우정 어린 포옹, 우리 선수들에게 일일이 포옹하고 다독인 따뜻한 인성도 뉴스를 장식했다. 이제 더 이상 코트의 김연경을 볼 수는 없게 됐다. 그녀는 이제 중국의 소속 팀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장차 배구 계를 이끄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김연경의 깔끔하고 아름다운 퇴장을 보면서 문득 어지러운 대선전을 생각해본다. 그녀보다 훨씬 연장자인 어른들이 치졸한 난타전을 벌이면서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어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나이 어린 배구선수 김연경보다 더 치졸한 사람들이 이전투구하면서 비열한 말까지 서슴치 않는다. 정말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보여주지는 않고, 유력한 상대를 깎아내리고 폄훼하는 언동만 일삼고 있는 난장판이다. 정말 식상하다.

이 나라를 다스릴 대통령 감이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사람이 지금 누구인가 궁금하다.

지금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이 15명이 넘는데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과연 자신이 이 나라를 이끌 재목인지 냉정히 심사숙고하기를 기대한다. 자신 있다면 김연경처럼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 하고 외치며 절치부심 힘쓰면 된다. 그러나 자신 없다면 더 이상 선거판을 흔들지 말고 당장 아름답게 퇴장하기 바란다. 해방 후 지금까지 대선 중에 지금처럼 많은 후보가 난립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런 대선 판은 국가적으로 에너지 낭비이고, 국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정말 식상하고 모두 보기 싫어진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 선거 후 패자들이 조용히 아름답게 퇴장할 지 의심스럽다. 만사는 끝이 좋아야한다. 깨끗이 승복하고 패자를 김연경처럼 다독이고 껴안을 지 의심스럽다.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선거 때마다 시끄럽고 정권이 끝나면 대통령은 감옥으로 가는지 참 불행한 나라 같다.

1960년 초 이승만 대통령이 4선을 노리면서 출마할 때 야당 측에서는 매일 밤사이에 거리마다 벽에 “못 살겠다. 갈아보자”하고 벽보를 붙였다. 그러다 하루 지나면 그 벽보는 없어지고 대신 “갈아보면 더 못 산다”라고 여당인 자유당의 벽보가 붙여져 있었다. 어른들은 한심하다고 혀를 찼고 4. 19 혁명으로 끝났다.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막말 공격하는 지금 상태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그 못지 않게 어지럽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에 박혀서 TV를 봐야하는데 코로나 블루에 보태서 매 시간 싸움판 뉴스 뿐이라 정말 불쾌지수가 200이다.

제발 좀 아름답고 웃음을 주고 건설적이고 상식적인 경쟁으로 보도되기 바란다. 준비할 때는 공정하게, 나중에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하되 악성 비난보다는 자기 장점과 공약만을 분명히 밝히는 긍정적인 선거전이 되기를 온 국민은 갈망하고 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 후보들 얼굴만 봐도 눈쌀이 찌푸려 지지 않고 그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는 그런 대선 주자들을 원한다.

다시는 퇴임 후 감옥 가는 불행한 말로를 겪지 않을 훌륭한 인재가 내년 3월 축배를 들 수 있기를 학수고대한다. 그것이 나라의 행복이고 국민들의 행복이다.

 

저작권자 © 국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