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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心琴)’과 ‘지음(知音)’

  • 최태호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8.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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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중부대 한국어 교수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 교수

필자는 어려서부터 기타를 즐겼다. 물론 프로 음악가처럼 잘 치는 것은 아니나 그냥 악보를 보면 혼자 흥얼거리며 하루 종일 즐길 정도는 된다. 어린 시절에 어니언스의 ‘편지’라는 노래를 엄청 좋아했고, 홍민의 구수한 목소리도 참 좋아했다. 요즘 청년들이 BTS를 좋아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음악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사람의 마음을 울리며 영감을 주는가 하면 마음의 평온을 주기도 한다.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들으면 흔히 “심금을 울린다.”고 한다. 심금을 울린다는 뜻은 “다른 사람의 감동적인 행적을 보거나 듣거나 읽을 때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마음의 울림”을 일컫는다. 이 ‘심금(心琴)’이라는 단어는 불경에서 유래한 말이다. 『불경』에 보면 <거문고의 비유>가 있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 스로오나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고행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고자 했다. 그러나 고행을 통한 수행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깨달음의 길이 보이지 않자 스로오나는 서서히 지치기 시작했고 덩달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를 본 부처님이 그에게 ‘거문고의 비유’를 설했다. “스로오나야, 거문고를 타본 일이 있느냐?” “예.” “거문고의 줄이 팽팽해야 소리가 곱더냐?” “아닙니다.” “그렇다. 스로오나야, 거문고의 줄은 지나치게 팽팽하지도, 늘어지지도 않아야 고운 소리가 난다. 그렇듯 수행이 너무 강하면 들뜨게 되고 너무 약하면 게을러진다. 수행은 알맞게 해야 몸과 마음이 어울려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니라.” 마음의 거문고인 심금(心琴)을 울린다는 말이 바로 이 일화에서 비롯되었다.(이재운 외, <우리말 1000>에서 재인용)

예문으로는

♧특히 신원이 확인된 한국전ㆍ베트남전 전사자 등의 5만 4457개 묘소 앞에는 고인에 대한 애틋한 정이 묻어나는 추모석이 적지 않아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우경은 남다른 시풍으로 심금을 울리는 시를 썼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한편 거문고와 관련된 것으로는 지음(知音)이라는 단어도 있다. 물론 중국에 거문고가 있었던 것은 아니나 악기의 일종이므로 동일하게 보면 된다. 특히 유명한 이야기로는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는 고사가 있다. 여기서 유래한 것이 ‘지음(知音)’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인 뜻으로는 “1.음악의 곡조를 잘 앎 2.새나 짐승의 소리를 가려 잘 알아들음 3.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을 이르는 말”이다. 그중 우리는 자기를 알아주는 벗으로 많이 인용하고 있다. 그 유래를 먼저 보자.

「백아는 거문고를 잘 연주했고 종자기(鍾子期)는 (백아의 연주를) 잘 감상했다. 백아가 거문고를 탈 때 그 뜻이 높은 산에 있으면 종자기는 “훌륭하다. 우뚝 솟은 그 느낌이 태산 같구나.”라고 했고, 그 뜻이 흐르는 물에 있으면 종자기는 “멋있다. 넘칠 듯이 흘러가는 그 느낌은 마치 강과 같군.”이라고 했다. 백아가 뜻하는 바를 종자기는 다 알아맞혔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더 이상 세상에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知音)이 없다고 말하고 거문고를 부수고 줄을 끊고 종신토록 연주하지 않았다.(伯牙善鼓琴, 鍾子期善聽. 伯牙鼓琴, 志在高山, 鍾子期曰, 善哉. 峨峨兮若泰山. 志在流水. 鍾子期曰, 善哉. 洋洋兮若江河. 伯牙所念, 鍾子期必得之. 子期死, 伯牙謂世再無知音, 乃破琴絶絃, 終身不復鼓.)」《열자(列子) 〈탕문(湯問)〉》

여기에서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막역한 친구’를 뜻하는 ‘지음(知音)’도 유래했다.(김성일, <고사성어대사전>에서 재인용)

예문으로는

♧태호와 나는 지음이다.

♧오랜만에 지음을 만나게 되어 감개무량합니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가끔 사람들은 막역한 친구를 ‘막연한 친구’라고 하기도 한다. 막역한 친구는 ‘뜻을 거스릴 수 없는 좋은 친구’인데 비해, ‘막연한 친구’는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아득하거나 어렴풋한 친구(?)’를 일컫는 말이다.

살면서 심금을 울리는 지음이 하나쯤은 있어야 살맛이 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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