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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알권리 제약하는 언론중재법 개정 중단하라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8.2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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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야당과 언론단체 등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처리했다. 민주당은 열린민주당과 손잡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시키고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년 3.9 대선을 200여일 앞두고 정권연장을 위해 다시 한 번 입법 폭주에 나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 여당이 언론에 징벌적손해배상제 등을 담은 언론중재법을 개악(改惡)하려는 것은 언론에 재갈을 물려 자신들의 부정한 행위를 덮기 위한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만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우리 헌법 제21조에 보장된 언론. 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야당이 주장한 대로 공산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언론탄압‘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주지하듯이 언론 .출판의 자유는 민주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에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 그래서 언론의 자유는 항상 넓게 보장돼야 한다. 따라서 언론. 출판의 자유에 대한 제한도 단순히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익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민주주의를 위축하는 효과를 수반하기 때문에 그 제한이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는 것이다.

 이 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징벌적손해배상제의 도입이다. 과도한 징벌적손해배상제는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징벌적손해배상이 규정된 다른 법률은 손해액의 최대 3배의 배상책임밖에 부과할 수 없는데, 개정안은 최대 5배의 배상책임을 부과할 수 있게 돼 있다. 게다가 언론사에게 입증책임까지 지우고 있다. 해당 언론사 매출의 1만분의 1 수준의 손해배상 기준금액을 하한으로 정한 것도 다른 법률에서는 그 예를 찾아볼 수 없다.

 개정안의 처리로 권력에 대한 언론의 취재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정권을 비판하는 취재원 역시 취재 응대를 꺼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권은 더욱 독재방향으로 가고, 일방적인 행정을 밀어붙이는 등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해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을 추구하며 권력을 감시. 견제하여 시민사회의 공론(公論)을 이끄는 언론의 역할을 위축시키는 독소조항인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검찰을 충견(忠犬)으로 만드는 것을 ‘검찰개혁‘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것을 ’언론개혁‘이라고 한다. 국민을 철저히 우롱하는 처사다. 그러면서 가짜 뉴스의 온상이라며 징벌 대상으로 삼았던 유튜버와 1인 미디어는 손도 안 댔다. 여하튼 언론중재법 개정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자칭 ’민주정부‘가 독재정권보다 더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蹂躪)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필자는 그동안 문재인 정권을 ‘연성(軟性) 파시즘 정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보니 ‘연성’이 아니라 ‘강성’ 이었다. 임기 말에 언론을 통제하고 사저(私邸)에 경호원을 증원하는 것을 보면 그게 퇴임 후의 안위(安危)를 보장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마 착가일 것이다. 재임 중 범법행위는 반드시 단죄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걸 우리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부른다.

 언론은 누가 뭐래도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堡壘)이다. 동서고금을 보면 모든 독재자는 언제나 최후에 언론을 탄압한다. 그리고 처참한 마지막을 맞았다. 법치주의가 무엇인가? 국가를 법으로 규제해 공권력(公權力)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헌법원리이다. 국가는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사가 목적에만 주목한다고 정당화 되는 게 아니다.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다해도 권력의 행사 방법이나 수단, 그리고 형식이 모두 법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행사되어야 한다.

 

 민주당은 법률만능주의에 빠진지 오래됐다. 이번에는 언론중재법 이외에도 기후위기 대응 법, 사립학교 법을 단독으로 밀어붙였다. 원내의석 180석이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헌법은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많은 제약을 가하고 있다. 다수결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한다 해도 본질적 내용은 침해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아무리 다수결이라 해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할 수 없고, 헌법의 기본정신인 ‘민주와 법치‘의 근간은 훼손할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국가권력이 국민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서 완성되는 게 아니다. 국가권력에 대한 통제장치가 작동할 때 비로소 ‘민주’는 완성되는 것이다. 국가권력에 대한 통제의 일환이 바로 사회의 목탁이라 불리는 언론이다. 그래서 언론은 민주주의의 초석(礎石)이며, 제 4부라고 불린다. 그런데 권력은 민주를 완성하는 언론에 대해 언제나 통제라는 칼을 휘둘러댄다. 문 정권이 언론의 권력 감시를 원천봉쇄하려 함은 파시즘의 특징인 이중 국가임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대낮에 국가 테러를 휘두른 히틀러의 강성 파시즘과 달리 문 정권의 연성 파시즘은 부드럽게 작동해 우리를 헷갈리게 했다. 카리스마가 약한데다 책임을 회피하는 눌변(訥辯)의 문 대통령은 파시즘과는 거리가 먼 유일한 지도자로 보였다. 그러나 연성 파시즘도 민주주의에 치명타를 가하는 것은 강성 파시즘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른바 ‘문빠’와 ‘대깨문‘의 세속적인 광신(狂信)이 문 정권의 연성 파시즘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 언론사에서 최악의 오보는 2008년 MBC PD 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꼽힌다. 사실을 왜곡하는 등 의도성이 다분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가짜뉴스가 아니라서가 아니다.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 한국인 유전자와 광우병에 걸릴 확률 등은 허위로 판단하고도 “정부나 국가기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사안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이 돼야 한다”며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정부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기능을 인정했다”며 환영했다. 그런 민주당이 권력을 잡더니 이렇게 칼춤을 춘다. 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2017년 4월 신문의 날을 맞아 대선후보로서 “박근혜의 탄핵에 결정적 기여를 한 언론의 역할에 경의를 표한다.” 면서 ”무한경쟁과 속보경쟁에 내몰린 언론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권력과 자본의 언론에 대한 압박과 통제가 더 교묘해지고 강화돼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제 그는 그 교묘한 통제를 하려고 든다.

 재차 강조하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한마디로 언론자유를 질식시키는 ‘언론징벌 법’이자 ‘비판언론 파괴 법’이다. 문 정권이 이 악법을 강행처리하려는 것은 언론장악이야말로 장기집권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대통령과 청와대를 법 위의 성역(聖域)에 올려놓는 ‘ 방탄 검찰’ 완성에 이은 후속 조치이다. 사정기관과 권력 감시 기구를 정권이 식민화 하는 것은 운동경기에서 심판을 매수한 격이다. 문 정권은 국민의 알권리를 제약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이쯤에서 중단하기 바란다. ‘역사의 죄인’으로 남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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