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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 얽매는 언론중재법 개정

  • 이향숙 논설위원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8.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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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지난 19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으로 통과됐다.

개정안 주요 쟁점은 언론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입은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정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다. 배상액 기준을 구체화해 해당 언론사 전년도 매출의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 사이로 산정하고, 매출액 산정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 최대 1억 원까지 부과하는 내용이다.

언론 단체들은 이에 앞서 공동 성명에서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하나만 보더라도 과잉입법금지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며 “허위·조작보도의 폐해를 막겠다면서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토록 한 것도 모자라 언론사 매출액의 1만분의 1이라는 손해배상 하한액까지 설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정안은 고의 또는 중과실의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언론사에 두고 있어 현행 민법 체계와 충돌한다.”면서 “이러한 입법 사례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현행법 체계에서도 언론의 악의적 보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명예훼손죄 등에 따른 형사상 책임도 지도록 돼 있다”고 반박했다.

정정보도를 원래 보도와 같은 시간·분량 및 크기로 보도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에 대해선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언론의 자율성과 편집권을 직접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여당은 가짜뉴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야당은 “내년 3월의 대선에 대비해 불리한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해 미리 재갈을 물리자는 법” “현대판 분서갱유” 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분서갱유의 '분서(焚書)'는 책을 불사른다는 뜻이고, '갱유(坑儒)'는 유생을 구덩이에 산 채로 파묻는다는 뜻이다.

기원전 213년 진시황이 자기 통치에 반대하는 의약(醫藥)ㆍ복서(卜筮)ㆍ종수(種樹) 등의 분야를 제외한 시서(詩書)ㆍ제자백가(諸子百家)의 서적은 수거해 모두 불사르게 했다. 명령을 받고 30일이 지나도 태우지 않으면 묵형(墨刑)과 성을 쌓는 일에 징발했으며, 무리를 지어 시서를 논하면 처형한 뒤에 시신을 길거리에 버리는 형벌을 주었다는 사건이다.

그러나 가짜 뉴스라고 누가 어떻게 규정할 지, 손해액을 어떻게 정할 지 기준도 모호하다.  

개정안 중 가장 위헌적인 부분이 바로 고의 중과실의 입증 책임을 원고가 아닌 피고(언론사)가 지게 하는 ‘고의·중과실 추정’(30조의3) 조항이다. 이 조항대로라면 정치권력이나 대기업이 자신들의 부정비리에 대한 일련의 언론보도를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라 주장하면서, 당연히 자신들이 져야할 (언론보도 허위 고의성)입증책임을 언론사에게 떠넘길 수 있다.

또 현재 재정적으로 너무 열악한 언론계에 전년도 소득의 1만분의 내지 1천분의 1, 손해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청구하는 건 너무 가혹한 처사이며, 피해자라는 주장이 1년에 수백 남발될 수도 있다.

 이 개정 법안을 보니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이후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대통령이 될 때까지 계엄 사령관인 국보위 책임자로서 언론 통제를 했던 기억이 새롭다. 전두환은 이후 대통령 직을 1988년 2월 24일까지 수행했다. 당시 현직 기자였던 나는 매일 신문 방송  기사를 서울 시청에 마련된 검열실에서 언론에 문외한인 계엄군들이 사전에 보도 적합성을 검열하는 고통을 직접 간접으로 겪었다.

검열관 숫자는 적은데  언론사와 기사 수는 과다하니 검열을 수 시간 기다려야했다. 따라서 기사는 미리미리 시사성이 적은 기사 위주로 써내려갔고, 혹시 배제될 경우에 대비해서 데스크들은 세 건 정도를 준비해 놓았다. 전두환 측 비위에 안 맞는 기사는 분서갱유처럼 버려졌다. 검열은 정치와 무관한 연재소설에도 가혹했다. 정치 경제 사회 기사와는 거리와 먼 연재소설에서 연애장면이 과하다고 퇴짜 맡은 일도 있었는데 이 경우 작가와 연락해서 수정해야하므로 핸드폰이 없던 그 시대에 작가와 연락이 곧 안 돼서 시간상 난감할 때가 많았다. 결국 기사의 질은 낮아졌고 지면 분량 채우기만 급급했다.

현재의 언론 중재법은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면 시청 뒤 프레스센터 내에 있는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전 현직 언론인으로 구성된 언론중재위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 회의를 열어서 그 주의 제소 건을 심의하고, 구제 방안을 결정한다. 결과는 대체로 문제 부분의 정정 보도로 끝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정정 보도 정도가 아니라 언론사에 과다한 재정 압박과 명예훼손을 주게 되고, 피해를 주장하는 ‘가짜 뉴스’의 공정성이나 의도, 기준이 모호하다는 데에 근본 문제가 있으며 이에 대한 언론 피해는 앞으로 명약관화 할 듯하다. 이렇게 되면 언론사는 기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한 기사를 쓰도록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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