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우리는 죄인이 아닙니다”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8.23 06:03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벌써 두 달째 카페 가게에서 월세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무척 어려운 모양이다, 누가 냉가슴 앓듯 좀 더 그냥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생활비를 아껴 쓰도록 해야겠다. 오늘은 별러서 아내에게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 저, 카페 말이야. 거리두기가 4단계로 된 뒤로 세가 안 들어와요. 이달에는 영업시간이 한 시간이나 단축됐다니 더 어렵겠지?” “왜 안 그렇겠어요. 할 수 없지요. 아, 참 그러면 지난번처럼 좀 깎아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실은 작년과 올 봄에 코로나가 창궐하면서 남들이 하는 것처럼 두 차례 집세를 깎아 준 일이 있었다. 약간의 임대료를 받는 가게는 전에 아내가 약국으로 쓰던 것인데, 나이 들어 폐업하면서 동네 청년에게 월세로 빌려주고 그곳에서 나오는 돈은 노후 살림에 보태 쓰고 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우연히 TV 뉴스를 듣다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하는 자영업자분들을 보게 되었다.

 그분들은 “우리는 죄인이 아닙니다.” “ 살고 싶어요.”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비를 흠뻑 맞으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었다. 기자가 잠시 인터뷰를 하고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말했다. 거리두기 4단계에 영업시간까지 단축한다니 손님 없는 텅 빈 가게에서 비 오는 거리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자영업자분들을 생각하니 괜히 답답하고 슬퍼진단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아내에게 말했다.”당신 말대로 이번에도 월세 깎아드립시다“

 기자의 멘트는 이어졌다. 정부가 수도권 등 4단계 지역의 식당. 카페 등에 대해 영업시간 단축조치를 내리자 자영자들로부터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은 내년 최저임금이 5.1%나 인상키로 결정된 것에 대해서도 분노를 토했다. “이제는 벼랑 끝에 내 몰렸어요.” 그래서 가게 문을 닫고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지난달에도 자영업자들은 심야에 차를 몰고 도심을 도는 1인 차량시위를 벌인 바 있다.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기 바쁜 자영업자들이 이런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 정부가 하는 일이 마치 탈레반 같다”고 한단다. 그러면서 “ 이런 독재는 없다”는 반응까지 나온다는 보도다. 한 자영업자는 “정부가 더 이상 자영업자를 국민으로 보지 않는다.” 면서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하는 대신 백신 접종을 완료한 자 2명을 포함해 4명까지 사적 모임을 허용한다는 결정은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전체 국민 가운데 접종을 완료한 자의 비율은 21.6%(약 1110만 명)인데, 활동성이 높은 20~50대 국민은 대부분 빠져있다. 그만큼 완료자의 대부분이 활동력이 떨어지는 60~70대 노인이니 장사하는데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노인들은 밤늦게 먹고 마시러 집 밖으로 나갈리 없고, 그나마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데 영업시간을 한 시간 단축하면 그만큼 일찍 집으로 들어가야 하니 매상이 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동네 노인들과 함께 오후 5시에 생맥주집에 갔을 때였다. 일행 중 한 분이 고충을 물었더니 사장(여.53)은 “정부가 자영업자들에게 희생만 강요한다.“면서” “짧고 굵게 끝 내자더니 길고 굵게 가려는지 영업시간을 더 줄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녀는 ”확진환자가 하루 3~4000명이 되면 아예 오후 6시부터는 장사하지 말라고 할까봐 벌써부터 두렵다“며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곰탕집에 갔다가 주인으로부터 영업시간 단축조치를 비판하는 격양된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는 “재난지원금을 주니 영업단축으로 인한 손해는 감수하라는 것이냐”며 “정부가 제대로 손실보상을 해 줄 수 없으니 그냥 지원금으로 때우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사태이후 고통분담의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다. 통계만 봐도 직원을 두고 일하는 자영업자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24만 6000명이 줄었다.

 

 자영업자의 한숨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대출통제가 시작된 때문이다. 가계대출이 1700조원을 돌파하고 증가속도가 빨라지자 ‘대출 조이기’가 시작됐다. 그러면 당연히 자영업자의 은행대출도 줄어들 것이다. 코로나 발생 이후 자영업자의 은행대출은 66조 9000억 원이 늘었다. 여기에 거리 두기 강화 이후 폐업하는 곳도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재난지원금 정도로는 자영업자의 줄 폐업 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소비가 살아나는 방법뿐인데 확진환자 수를 기반으로 자영업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거리 두기 방침은 계속 연장 되고 있다. 자영업자의 숨통을 죄는 것이다. 물론 원인은 백신접종이 지지부진한데 있다. 실제 자영업자의 고통은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올해 6월 자영업자 수는 558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 2763만 700명의 20.2%에 이른다. 이는 지난 1월 20.7%보다 0.5% 포인트가 감소한 것이다. 문 닫는 가게가 늘어나는 이유다.

 한때는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그만큼 자영업자의 경기가 어려워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영업 녹다운’이라는 표현이 실감난다. 문제는 이렇게 자영업자들을 절망 속으로 몰아놓은 주체가 정부라는 점이다. 거리 두기는 재난 극복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지만, 방역정책의 혼란이나 미흡한 손실보상은 정부의 책임인 것이다.

 더욱이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밀어붙인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은 큰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면 인건비 감당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곧 실업증가를 가져온다는 것은 쉽게 예견된 일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집과 독선으로 밀어붙였다. 결과는 불과 6개월 만에 부작용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청와대에 상황판을 내걸고 요란을 떨었지만 그건 한낱 쇼로 끝났다.

  최저임금은 꼭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적당한 수준에서 인상도 해야 한다. 하지만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인상은 사람의 몸을 침대에 맞추기 위해 늘이거나 잘라서 죽이는 그리스 신화(神話) 속 악당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침대가 될 위험성이 크다. 노동생산성이 한국보다 높은 일본과 비교해 보면 결코 기우(杞憂)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잘못된 정책은 수정해야 한다.

 코로나와 최저임금이라는 이중고(二重苦)에 대출을 돌려 막기로 겨우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주휴수당제도의 개선과 최저임금의 차등화만이라도 해달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2월 자영업자와의 대화에서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최소한 주휴수당 개선과 최저임금 차등화라도 들어주어 생존의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국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