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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버스 탄 개미’ 유감

  • 최태호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8.23 06:08
  • 수정 2021.08.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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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중부대 한국어 교수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 교수

언어는 항상 변한다. 그것이 필자가 먹고 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다면 학자가 필요 없으니 말이다. 오늘 제목으로 인용한 단어는 한국어를 전공한 필자도 고개를 흔들 정도로 생소한 단어다. 요즘 뉴스를 보면 정말 필자가 처음 보는 단어들이 많다. 외국어나 외래어의 범람도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나,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차용하여 축소 변형시키는 미디어 제작자들에게도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제목만 보고는 저것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곱버스’라는 단어도 처음이거니와 “개미가 버스를 탔다.”는 것도 우습다. 아마 60 대에 접어든 독자들은 모두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침부터 알 수 없는 신문 제목으로 인해 인터넷을 열어 단어의 뜻을 살펴 보았다. 우선 ‘곱버스’라는 단어는 ‘곱하기(2배) + 인버스(inverse) = 곱버스’였다. 그렇다면 ‘인버스’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인버스(inverse)란 ‘KOSPI 200 지수에 있는 종목 중 떨어질수록 돈을 버는 상품’을 말한다. 갈수록 태산이다. 도대체 떨어질수록 돈을 버는 종목은 또한 무엇인가? 필자는 오래 전 벤쳐기업 육성책 말만 듣고 지인의 회사를 도와주다가 홀라당 말아먹은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필자의 얼굴을 보고 투자해 주었지만 결국 상장되지는 못하고 욕은 엄청나게 먹고, 갚아주느라 10년 정도 힘들게 살았던 아픈 추억(?)이 있다. 그래서 주식은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그런데 아침부터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로 신문이 속을 썩인다. 그러니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떨어질수록 돈을 버는 종목에 곱으로 투자하는 것’이 곱버스인가 보다. 이런 설명을 듣고 나니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과거 신림고등학교 교사 시절 후배가 화투판에서 늘 하던 말이 생각난다. “형! 마약장사가 돈 버는겨! 못 먹어도 고~~야.” 아마도 이런 식의 투자를 곱버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적당한 위험을 감내하면서 투자를 해서 역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떼돈(?)을 벌 수 있는 투자를 곱버스라고 하는 것 같다. 필자의 정리가 맞는 것인지도 모르고 쓰고 있다.

여기서 개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땅속에 사는 개미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주식시장에 개미가 나타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리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개미에 투자자라는 뜻은 없다. 결국 유추하는 방법밖에는 도리가 없다는 말이다. 개미라는 말은 떼지어 다닐 때가 많으니 개인 자격으로 몰려 다니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비슷할까 모르겠다. 여기저기 실려 있는 투자 관련 용어를 찾아 보니 ‘개미투자자’라는 용어가 있었다. 그 뜻은 ‘개인투자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었다. 필자가 유추한 것이 비슷하기는 했다. 그러니까 어느 집단(투자회사?)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증권을 사고 파는 사람을 이 바닥에서는 ‘개미’라고 칭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여기서 ‘개미’란 단어는 은어임이 확실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신문인데, 아무리 기사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런 것은 지나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보편화되고 언중들이 이해할 수 있을 때 언어로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지 아무 것이나 단어를 갖다 붙이고 뗀다고 해서 단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언증을 지도해 가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사람들의 호기심만 자극하는 용어를 생산하고 쓰는 것은 옳지 않다. 언어는 그 나라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국의 언어를 사랑하지 않으면 민족성도 사라지게 된다. 청나라가 한어(한자)에 경도되어 만주어를 버리고 중국어(한자)를 사용했다가 지금 지구상에서 만주족이 사라지고 있음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 지구상에 만주어를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은 천 명이 되지 않는다. 결국 이들마저 사망하면 만주어나 만주족은 지구상에서 존재의 가치를 상실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2천 년 동안 유랑하면서도 히브리어를 잊지 않고 전하여 결국 나라를 되찾은 이스라엘의 경우도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이다. 2500년이면 한국어나 한민족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잠을 잘 수가 없다.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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