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기를 국경너머로 던진 아프간 엄마의 모성애

  • 이향숙 논설위원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8.24 06:1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이향숙 국민투데이 논설위원

며칠 전 무장 반란군 집단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경악할 사태가 전 세계를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이후 그 국민들은 해외 탈출 러시가 시작됐으나 교통편이 감당 못해 국경지대와 공항이 아우성이다. 이 가운데 한 엄마가 탈출이 어려워지자 아기만 먼저 수도 카불의 장벽 밖 미국군에게 던지며 “아기를 받아 달라.”고 외친 장면이 전 세계에 보도돼 세계인의 감동어린 눈물을 자아냈다. 자기는 죽어도 자기 자식만은 살리겠다는 강한 모성애의 표본이다. 그 후 지난 21일 언론 보도에는 그 아기가 기적적으로 아빠 품에 안겨 공항에서 보호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나라 경제가 어렵던 시절, 어쩌다 밥상에 닭고기 소고기가 등장하게 되면 대부분 가정의 어머니들은 “나는 고기 안 좋아한다,” 며 다른 가족에게만 권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엔 엄마는 채식주의자인 줄 알았다. 그러나 나중에 손주들이 치킨을 주문하려고 하면 “길 건너 ooo 치킨 시켜, 그집 께 제일 맛있더라.”고 했다. 어머니들은 채식주의자가 아니었다. 다른 가족들에게 한 점 더 먹이려고 모성애를 감춘 거짓말쟁이들이었다.  

 이런 자식 사랑과는 대조적으로 요즘 우리나라는 지난 1년간 3살 이하 자기 친자식이나 입양아, 한 집에 사는 동거남 자식을 온갖 방법으로 학대해 죽게 한 비정한 사건이  10여건이 이른다.

  3세 입양아 정인이를 구타 등 학대로 온 몸에 멍이 들어 죽게 한 양부모, 운다고 돌도 안 지난 친자식을 땅에 던져 죽게 한 아버지, 3세 아이를 혼자 집에 두고 남친과 3일간 돌아다니다 죽게 만든 미혼모, 불륜으로 낳은 자기 아이를 낳자마자 다른 애와 바꿔서 기르다가 때리고 차고 사망케 하고도 죽은 애가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우기다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엄마, 3세 아이가 게임기를 고장냈다며 여행가방 속에 넣고 며칠간 방치해서 죽인 엄마, 동거남의 딸을 이유 없이 미워하면서 쇠막대기로 14차례에 걸쳐 한 차례에 30 ~ 50대씩 등을 때려죽인 동거녀, 어린애를 홀로 두고 이사 가서 6개월간 방치해서 죽인 엄마...등등. 가슴 아파 나열하기도 어렵다.

 부모 자격 없는 그들이 애당초 이럴 거면 왜 낳고, 입양했는지 묻고 싶다.

어릴 때 고전 소설 중에 장화홍련전과 콩쥐팦쥐 소설을 대부분 읽고 자랐다. 계모가 전처소생인 장화 홍련 두 딸, 팥쥐 엄마인 계모가 전처 딸 콩쥐를 살해한 설화다. 그 소설 속 얘기가 다수의 현실이 된 요즘 그 아프간 엄마를 보니 펠리컨 새의 눈물겨운 모성애와, 가시고기, 물장군의 부성애가 새삼 감동으로 다가온다.

예수의 최후 만찬 장소인 ‘세나클’의 성당 입구 기둥에는 펠리컨 새가 조각돼 있다. 이 새는 모성애를 상징하고 가톨릭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못 박힌 희생에 비유한다. 그래서 중세 가톨릭 성당이나 미술 조각 건축에는 펠리컨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 새는 북미와 시베리아 유럽에 살며 우리나라에서는 1914년 11월 3일에 인천에서 한 차례 채집된 기록이 있다.

19세기 초 프랑스의 낭만파 시인, 소설가, 극작가인  알프레드 뮈세의 '5월의 밤'이라는 시에 어미새 펠리컨 이야기가 나온다.

어미 새 펠리컨은 갓 낳은 굶주린 새끼들을 해변 위에 놓아두고 잔 물고기나 새우를 먹이로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오랜 여행에도 불구하고 한줌의 먹이도 구하지 못하고 되돌아오면 늘어진 날개 속으로 새끼들을 포옹한다. 그리고 해변 위에 누운 채 자신의 심장을 새끼들의 먹이로 내어준다. 그리고 어미 새는 숨을 거둔다. 자신의 심장과 생명을 내어주면서까지 자식들을 살리는 희생적인 진정한 모성애다. 이 희생적 사랑은 중세 기독교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희생에 비유하고 조각 그림 건축 등에 펠리컨을 흔히 넣었다.

펠리컨 새와 다르지만 그 못지않게 희생적인 부성애를 가진 물장군과 가시고기 삶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것이 최근 전문가들의 연구로 밝혀졌다.

이달 초 이강운 서울대 농학박사(곤충학) 발표로 중앙일보에 게재된 곤충 물장군 얘기는 헌신적인 부성애의 표본이다.

물장군은 몸길이는 48-65 mm 가량이며, 우리나라 노린재 무리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은 갈색이며, 머리는 비교적 작고, 더듬이는 겹눈 밑에 감추어져 있어 보이지 않는다. 앞다리는 포획다리로 끝에 발톱이 1개  있고, 가운데 다리와 뒷다리는 헤엄다리로 종아리마디와 발톱마디에 긴 털이 나 있다. 꼬리 끝에는 신축성이 있는 짧은 호흡관이 발달되어 있다.

물에 사는 곤충이지만 암컷은 산소가 많은 밖으로 나와서 수초에 여러 개의 알을 낳는다. 알을 낳으면 암컷은 사라진다. 여기부터는 수컷이 12 ~ 14일간 자신은 굶으면서 알을 품고 자기 몸을 수시로 적셔서 젖은 몸으로 알에 묻혀서 알의 몸이 마르지 않게 한다. 알이 커지면 알끼리 달라붙게 되는데 이때 수컷은 자기 뒷발을 계속 움직여서 알이 부딪치지 않게 벌여준다. 알에서 깨어난 후에도 수컷이 양육한다.

그 비슷한 부성애의 상징으로 가시고기가 꼽힌다. 국립중앙과학관 어류정보에서 장민호, 양현 두 전문가가 쓴 자료를 보면 가시고기의 부성애도 눈물겹다.

가시고기는 후두부와 왕관 모양의 골질돌기가 있고 가슴, 등지느러미 앞에 가시가 많다. 등은 회갈색, 배는 노란색을 띤다. 아가미뚜껑 위에 어두운 반점이 있고. 길이는 약 15cm이다. 2012년 5월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됐다.  

가시고기는 우리나라와 일본 쿠릴열도, 시베리아의 작은 민물 수초가에서 산다. 번식기가 되면 먼저 수초로 집을 지은 다음 암컷을 유인한다. 암컷은 대개 7~8월에 산란하는데 알을 낳으면 다른 데로 가버리고 수컷 혼자 알을 10여 일간 품고 보호한다. 이 기간 중에 다른 암컷이 유혹해도 쫓아버린다. 이렇게 해서 알이 부화해서 독립할 때까지 수컷은 자기 지느러미를 계속 움직여서 알을 씻어주고 몸이 마르지 않게 보호한다. 그 알이 새끼가 돼서 아비의 보살핌이 필요 없어지면 수컷은 죽는다.

자식을 때리고 던지고 굶기고 방치하고 구박하다 못해 죽도록 내버려두는 몰지각하고 파렴치한 부모들이 날로 늘어나는데 그들은 정말 아기만이라도 탈출을 시키려고 밖으로 던져 피신시킨 아프간 엄마, 펠리컨 새, 물장군 곤충, 가시고기보다 못하다.

왜 이런 비정한 부모들이 많아질까. 늘어나는 가정파괴 이후 새롭게 맺은 가족관계와 경제적으로 각박한 삶이 버거운 부모들이 반항 불가한 아이에게 퍼부은 스트레스 해소용 화풀이가 아닐지 생각한다. 범죄자들은 구치소에서나마 진심으로 회개하고 새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빈다.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국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