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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경선, “역(逆)선택”방지해야 한다.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9.0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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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국민의힘에서 대선경선 후보 등록 첫날부터 여권 지지층의 역(逆)선택 방지조항을 여론경선에 넣을지 여부를 두고 후보들 간 갈등양상이 점점 비등하고 있다고 한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후보들 간 이해관계에 따라 주장이 갈리면서 연일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유승민 후보는 정홍원 선관위위원장이 윤석열 후보를 지원한다면서 정 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왔다.

 현재까지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역 선택 조항’을 반대하는 입장이고, 윤석열 후보와  최재형 후보, 원희룡 후보 등은 찬성하는 입장인 모양이다. 유승민 후보 측은 “ 역 선택 조항은 정권 탈환을 막는 자살행위”라며 “ 윤석열 후보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쉽게 몰아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홍준표 후보 역시 “ 대선 경선에서 전례가 없다”며 “대선은 우리끼리 골목대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라며 반대를 명확히 했다.

 이에 윤석열 후보 측은 “공개적으로 ‘선관위 결정을 따르겠다.’고 공언한 상태”라고 했고, 최재형 후보 측은 “홍 후보의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민주당 지지자들이 개입해 결과를 왜곡하고 있다”며 “ 민주당 후보를 뽑는 경선이 아니라면 반드시 역 선택 룰을 도입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어 “홍 후보가 당 대표시절이었던 2018년 지방선거 공천 당시 스스로 역 선택 조항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당헌(黨憲)을 개정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논란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자 정홍원 선관위원장은 “후보가 룰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선수가 심판하겠다’는 얘기라서 적절치 못하다”며 “(역 선택과 관련한) 내 입장은 중립적이며, 나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준석 당 대표는 모든 권한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대선경선에 여권 지지층이 대거 개입해 여론을 왜곡하는 ’역 선택‘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달 27~28일 이틀간 전국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뉴데일리와 시사경남이 PNR에 의뢰해 조사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에 따르면 지지율은 윤석열 30.0%, 이재명 25.3%, 이낙연 12.6%, 홍준표 11.5%, 유승민 4.3% 였다. 다자대결에서는 윤석열(30.0%) 홍준표 (11.5%)후보의 격차가 18.5%에 달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내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격차가 6.5%(윤석열 32.6%, 홍준표 26.1%)에 불과했다.

 이는 여권지지층이 홍 후보에게 지지를 몰아줬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광주. 전남북 지역에서 홍 후보는 29.6%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그 다음이 유 후보 (20.3%)였고, 윤 후보는 10.5%였다. 지난달 17일 조사에선 같은 지역에서 홍 후보는 17.4%였고, 윤 후보는 15.9%였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1.5%였다가 불과 10일 만에 오차범위를 훌쩍 넘은 19.1%까지  벌어진 것이다.

 지지 정당이 민주당이라고 밝힌 응답자들 역시 홍 후보에게 지지를 몰아주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달 17일 조사 대비 7.1% 오른 32.9%를 기록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유 후보의 16.4%였고, 윤 후보는 겨우 7.7%의 지지율이었다. 특히 이재명 지지자에서 홍 후보를 지지한 비율이 35.3%로 가장 많았다. 이낙연 후보 지지자의 홍 후보 지지율은 33.5%였다. 반면에 이재명 지지층의 윤 후보 지지율은 6.8%, 이낙연 지지층의 윤 후보 지지율은 8.3%였다.

 대선 본선에 올랐을 때 여권 후보가 가장 꺼릴 수밖에 없는 윤석열 후보 대신 승리가 유력하다고 여겨지는 홍준표 후보를 밀어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 같은 결과는 다른 조사에서도 같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같은 기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등 범 보수야권주자만 대상으로 하면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25.9%, 홍준표 후보는 21.7%였다.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4.2% 포인트 였다.

 

 이를 분석한 결과 홍 후보는 20.30.40대와 광주. 전라. 진보 지지층에서 윤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광주. 전라지역에선 윤 후보가 11.0%, 홍 후보가 25.2%였다. 이념 성향을 ‘진보’라고 응답한 이 가운데는 윤 후보11.2%, 홍 후보 26.3%를 기록했다. 홍 후보 측은 이를 두고 “확장성이 높아진 것 ” 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윤 후보 측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역 선택’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조사결과를 두고 민주당 지지층이 홍 후보를 역 선택한 것이라고 말한다. 민주당 지지층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 역 선택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본 경선에서 일반유권자 50%가 반영되는 여론조사 때 민주당 지지층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옳다고 본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오는 5일 대선후보 간담회에서 역 선택 방지조항을 넣을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날 논의에 참석하는 대선후보들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아니고 국민의힘 대선후보라면 반드시 역 선택 방지조항을 넣기로 결정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고 현행대로 한다면 이것은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와도 좋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지난 번 당 대표 선거에서도 그런 뼈아픈 경험을 하지 않았는가. 방지조항을 넣지 말자는 어떤 후보는 “지금의 경선 룰에 대해서는 절대로 손대서는 안 된다‘고 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은 억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의 룰은 선관위가 아닌 경선준비위에서 만든 하나의 ‘안’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홍원 위원장는 후보들이 유 불리에 따라 여러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런 것에 구애받지 말고 반드시 역 선택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해 주기 바란다. 그게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이라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그리고 후보들은 선관위의 결정에 그대로 승복해야 할 것이다. 그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로서의 올바른 자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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