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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처리 연기 대신 폐기하라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9.02 21:26
  • 수정 2021.09.0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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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오는 27일로 미루고 ‘8인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여당이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는데 대한 국내외 언론 .시민단체와 법조. 학계뿐만 아니라 유엔인권최고대표 사무소에서까지 일제히 비판하자 처리 시한만 한 달 늦춘 것이다.

 하지만 여야 간 법안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수정사항의 합의를 하지 않은데다 ‘여야가 반드시 합의하여 상정한다‘ 는 의무조항조차 없이 단순히 처리만 연기한다는 것에 불과해 향후 많은 논란거리가 될 것이 예상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처음부터 시간만 보내면서 비난여론을 살피다가 소나기를 피하고 지금의 개정안대로 기습 상정해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번 여야 합의로 처리시기를 연기한 것은 여당이 대(對)국민 사기극을 연출한 것밖에 지나지 않으며, 야당은 그 속내를 뻔히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여당한테 또 한 차례 당하기만 한 것이 된다. 사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문제는 단순히 ‘처리 연기’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이 개정안의 주요 법률 내용 전체가 언론의 자유와 감시기능을 억압하는 악법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차 지적했지만, 언론만을 징벌적 배상의 대상으로 삼고, 그것도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을 물린다는 것 자체가 잘못인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두 번째는 언론이 스스로 고의(故意)나 중과실(重過失)이 없음을 입증하게 한 점이 잘못이다. 셋째로 인터넷에서 기사 자체를 볼 수 없게 만드는 열람차단 청구권이다. 이는 비판 보도를 완전히 봉쇄하는 것이다. 이처럼 법의 주요 내용 전체가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뺏는 독소조항들이다.

 ‘언론 재갈 법’이라 불리는 이 개정안을 밀어붙이는데 앞장선 주도 세력은 대부분 언론보도로 자신들의 비위(非違)가 드러난 사람들이다. 이 법을 최초로 개정하자고 제기한 사람은 이스타 항공 소유주로 500억 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당시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다. 또 개정안 추진의 5인방 중에서도 선봉에 섰던 사람으로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있다. 그는 정부가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와중에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투기를 한 사람이다.

 법사위원장 직무대리로 새벽에 날치기를 이끌었던 박주민 의원은 본인이 임대료를 5% 초과해 올릴 수 없게 하는 법을 발의한 뒤, 법 시행 이틀 전 보유 중인 아파트 임대료를 9% 인상해 ‘국민을 속이는 내로남불’로 비판 받았던 인물이다. 또 언론보도의 희생양을 자처하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친위 세력들도 이 법을 앞장서 밀어 붙였다. 그들은 김용민, 김남국 의원으로 당 미디어혁신특위 위원장과 위원으로 참여해 법안을 만들었다.

 조국 가족의 수많은 비리와 파렴치는 거의 모든 언론의 취재 보도로 드러난 것이다. 이제 그들이 ‘언론 징벌법’으로 언론에 보복을 하려는 것이다. 같은 특위위원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초선)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가 본회의에서 연기되자 자신의 페이스 북에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욕설을 연상시키는 영문자 “GSGG"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판사 출신인 그는 GSGG를 두고 욕설 논란이 확산되자 그 글자는 욕설이 아니라고 변명을 하다가 ”천박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한 김 의원은 엊그제 교통방송(TBS)라디오에서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에 대해 “사표를 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약간 쇼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사표를 내 국회 의안과에 등록이 된 윤 의원은 “허위 사실을 엄중 처벌하자며 언론을 옥죄는 법을 만든 사람이 가짜뉴스를 생산했으니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법 개정안이 만들어진 계기나 법안 내용을 볼 때 핵심 독소조항을 모두 삭제하든지, 아니면 아예 법안 자체를 폐기하는 게 옳다고 본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야당과 합의로 형식상 처리 연기를 했으나 그것은 여론의 거센 비판을 일단 피하고 나중에 원안대로 처리를 강행할 것 같다. 민주당 지도부는 강경파들과 함께 법안 처리연기 발표 후에 “언론 중재법의 핵심 내용은 절대 바꿀 수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한 달 동안 야당과 협의 하는 모양새만 갖추고 결국엔 강행처리하려는 명분만 쌓으려는 것이 아닌가. 민주당은 그동안 선거법과 공수처법, 임대차법, 대북전단금지법 등 수많은 법을 강행 처리해 왔다. 최근엔 사학재단들이 반대하고 우려하는 사학법 개정안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의 이런 독선적 행태로 보아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독소조항을 그대로 둔 채 강행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할 것이다.

 미국의 언론단체들은 “한국의 언론중재법개정안은 독재 아닌 민주주의 국가에서 만들어진 첫 케이스 일 것” 이라며 “ 판사만 잘 만나면 정권은 자신들이 좋아하지 않는 무엇이든지 다 가짜뉴스이고, 조작 된 뉴스라고 결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협회 등 언론 7단체는 “ 악법은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분칠을 해도 악법일 뿐”이라며 “ 누더기 악법이 된 언론중재법은 폐기하고 원점에서 숙의(熟議) 과정을 거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언론의 자유는 특정 정권이나 정파가 함부로 훼손해선 안 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런데도 비판 여론의 뭇매를 잠시 피하기 위해 문제의 본질을 덮고 가려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면피요,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여당은 강경지지자들의 눈치만 살피지 말고 개정안을 과감하게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나서 관계법안을 신중히 검토하여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 받을 수 있는 내용으로 다시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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