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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이 난무하고 있다

  • 유자효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9.0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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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논설위원
유자효 논설위원

김형석 선생은 1920년 7월 6일생이시다. 102세. 생애 자체가 역사이며 산증인이다. 평안남도 대동군에서 출생해 숭실중학교에서 윤동주와 함께 도산 안창호 선생에게 배웠다. 1943년 가톨릭 예수회가 세운 일본 조치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1947년 월남했다.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서울 중앙중·고에서 교사와 교감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1954년부터 1985년까지는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후학을 길렀다. 수많은 철학적 수필을 발표해 독자에게 큰 감명을 주었으며, 1959년 간행한 수필집 <고독이라는 병>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의 수필은 삶의 지표를 제시하기 위해 기독교적 실존주의를 배경으로 현대의 인간 조건을 추구하여 부드럽고 시적인 문장으로 엮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수필집으로 <영원과 사랑의 대화>, <오늘을 사는 지혜>, <현대인과 그 과제> 등이 있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그리고 절제로 건강을 유지하며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전에는 강의도 하고 있었다. 선생은 100세 시대 지성인의 표상으로 그의 이로정연한 말과 글은 많은 사람들의 감탄과 존경을 받아왔다.

 시대의 스승 김형석 교수가 최근 손자뻘이 되는 사람에게 모욕을 당하는 횡액을 겪었다. 그것은 지난달 31일, 일본 산케이 신문에 실린 인터뷰 기사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한일 관계는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도 아베신조(安倍晉三) 전 총리도 과거를 질질 끌며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악화한 양국 관계를 방치하는 것은 “향후 20∼30년의 한일 젊은이들의 희망을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며 현실에 대한 스승의 걱정이었다.

 그런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정철승 변호사가 바로 다음 날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는 패륜적 비판을 했다. 정 변호사는 “김 교수는 이승만 정권 때부터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60여 년 동안 정권의 반민주, 반인권을 비판한 적이 없었는데 100세를 넘긴 근래부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작심해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어째서 지난 100년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 하던 짓을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것인지, 노화 현상이라면 딱한 일”이라고 했다. 또 “최근에는 하다하다 일본 우익 언론매체와 인터뷰하며 문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해 비판 아닌 비난을 쏟아냈다고 한다”며 “이제는 저 어르신 좀 누가 말려야 하지 않을까? 자녀들이나 손자들 신경 좀 쓰길”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그에 그치지 않고 그다음 날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늘 적정한 수명에 대해 관심이 많다. 고대 로마의 귀족 남성들은 자신이 더 이상 공동체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곡기를 끊어 생을 마쳤는데 그것을 존엄사라고 불렀다. 그 나이가 대략 70대 중반이었다고 한다. 요즘 나는 약 80세 정도가 그런 한도 선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지난 2일 자신을 김 교수의 둘째 딸이라고 밝힌 이가 쓴 장문의 글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 글에서 “저는 나이 70이 넘은 볼품 없는 대한민국의 한 할머니”라며 “저의 아버님은 이북에서 할머님과 두 명의 삼촌과 고모 한 분을 모시고 사선을 넘어 남하하여 흙집을 지어 20명 가까이 되는 식구들을 거느리고 어렵게 사셨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저의 아버님은 김일성도 만났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는 살 수 없는 자유가 없는 나라가 북한이라는 생각이 뼛속 깊이 박혀 있으신 분”이라며 “아버님이 저녁 퇴근하실 때 형사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연행해 가시는 것을 한두 번 겪지 않았는데 정권에 불리한 강연을 하신 탓”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늙은이가 뭘 안다고 그만 밥이나 먹다가 죽지···’ 맞다. 많은 변화와 세대 차를 잘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들은 늙은 세대이다. 뒷방에 있어야 한다”며 정 변호사의 언급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저는 공부도 짧고 무식한 늙은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아픔으로 감히 부탁 올린다. 제 아버님의 글이나 강연 인터뷰에 대해 어떤 비판이나 시비는 당연하다. 그러나 딸로서 부탁드린다. 인신공격은 말아주시라. 가슴이 아프다”고 부탁했다.

 정철승 변호사는 쉰한 살이다. 스승이 하시는 말은 경청하는 것이 도리이다. 그리고 배울 것은 배우고 고칠 것은 고치는 것이 옳은 길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여당 초선의원이 국회의장을 향해 패륜적 표현을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언론중재법을 상정하지 않자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오늘 실패했습니다. 국민의 열망을 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도대체 뭘 더 양보해야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을 제대로 통과시킬 수 있는지 모든 직을 걸고 꼭 제대로 더 쎄게 통과시키겠습니다. 박병석∼∼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 이 글이 국회의장을 ‘개새끼“라고 욕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자 김 의원은 ”정치 권력은 일반의지에 충실히 봉사해야 한다(Government serves general G)“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가 사과했다. 이런 것을 곡학아세(曲學阿世)라고 부른다. 박병석 의장은 1952년생으로 70세이며, 김승원 의원은 1969년생으로 쉰세 살로 그 유명한 586세대이다. 초선의원이 국회의장을 경칭도 없이 이름 석 자로 부르며 욕하다니, 그 동네는 예의범절도 없나?

 이 정권이 국제적인 망신까지 당하면서도 다수의 힘으로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려 하는 의도가 드러났다. 민주당 대표가 법 통과를 저지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평생 야당만 할 건가“라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정권의 안보가 이 법의 목표라면 그것도 패륜적 행위이다.

 패륜이라면 단연 선두에 오를만한 것이 현재 여권 대선주자 1위를 달리는 사람의 말이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그가 형수에게 한 성적인 욕설은 여기에 그대로 옮겨 쓰지 못하겠다.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에 까지 이르렀는지··· 국격을 논하기조차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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