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사(四)가지가 없는 자들이 판치는 나라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9.04 17:09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오늘 아침 지인이 원로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딸이 썼다는 글을 보내왔다. 내용을 읽어보니 자신은 김 교수의 둘째 딸로 나이는 70이 넘은 볼품없는 할머니라고 소개하고 아버지가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와 힘들게 살면서도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다 여러 차례 고초를 겪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 변호사에게 아버지의 글이나 강연을 비판하는 것은 좋으나 제발 인신공격은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었을까 생각하니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정 변호사는 김원웅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광복회 고문변호사 정철승(51)씨를 말한다. 그는 김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것을 두고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며 “ 어째서 지난 100년 동안 멀쩡한 정신으로 안 하던 짓을 (정신이) 탁해진 후에 시작하는 것인지, 노화 현상이라면 딱한 일”이라고도 했다. 자기편을 안 든다고 100세를 넘긴 한국의 대표 철학자를 ‘노망한 노인“ 정도로 폄하(貶下)한 것이다.

 그는 다음날에도 “고대 로마의 귀족 남성들은 자신이 더 이상 공동체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곡기를 끊어 생을 마쳤다”면서 ‘적정 수명’과 관련해 “ 약 80세 정도가 그런 한도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배웠다는 사람이, 그것도 변호사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인간의 도리를 짓밟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는가. 이거야말로 패륜(悖倫)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는 또 “김 교수가 이승만 정권 때부터 60여 년간 반(反) 민주를 비판한 적이 없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는 그의 얕은 역사지식을 드러낸 것이다. 김 교수는 4.19혁명 당시 교수 시위를 주도했던 분이고, 둘째 딸의 증언과 같이 독재정권 땐 수시로 경찰에 끌려가는 수모도 당했던 분이다. 전에도 이런 패륜적 언사를 한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선 후보로 나섰던 정모씨는 “60세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었고 유모씨는 “60대가 되면 뇌세포가 변해 다른 인격체가 된다.”고 말해 곤욕을 치룬 일이 있다.

 엊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고 불리는 윤건영 의원이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전직 장성들을 향해 “별 값이 똥 값”이라는 막말을 했다. 그는 “민주당 정부에서 과실이란 과실은 다 따먹었던 분들인데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어떤 자리를 바라고 정치적 선택을 했다면 장군답지 못하다”며 “ 참 쪽 팔리는 일”이라고 했다. 저잣거리에서나 들릴 법한 막말을 집권 여당의 의원 입에서 나왔다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군인이 장군까지 되는 게 대통령의 시혜(施惠)란 말인가. 아니 군인이 어디 북한이나 중국처럼 당의 소속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편협한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가 안 된다. 군인이라도 전역하면 정치적 자유가 있는 것이다. 다른 당으로 갔다고 사석도 아닌 공개방송에서 ‘똥별’이라고 말해도 되는가. 윤 의원은 그 군인들이 문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먼저 반성해보아야 한다.

 국회 내에서도 어처구니없게 막말 행진이 이어졌다. 판사 출신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좌절된 후 자신의 페이스 북에 6선 국회의장에게 “ 박병석~~GSGG"라는 글을 남겼다. 초유의 일탈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제 성에 안 찬다고 초선의원이 국회의장에게 ‘개새끼’라는 뜻의 욕설을 하다니 민의의 전당인 국회마저도 막장의 길로 들어선 느낌이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페이스 북에 “ 180석을 가진 여당의 초선 국회의원, 제 자신은 나약하고 무기력 했다”고 쓰고는 박병석 의장을 찾아가 사죄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GSGG'가 “정부는 일반의지에 복무한다”는 뜻이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의당 의원에게“”야! 어디서 지금 감히“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고, 탈(脫)북민 의원에게 ”변절자의 발악“:이라고도 했다.

 전에는 이런 무지막지한 사람들에게는 당장 불이익이 돌아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문 정권에 들어와서는 이런 사람들이 강경파들로부터 엄청난 응원을 받고 막말의 효과로 덕을 본다. 실제로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야당 후보를 ‘쓰레기’라고 했던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원내대표가 됐다.

 한 당직자는 “일부 의원은 강성 지지층의 주목을 끌기 위해 쟁점이 된 사안마다 집단행동에 앞장서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의 말대로 막말의 주인공은 여당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들이 국민의 대표라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말에 “싸가지가 없는 놈”이라는 게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원래 “사(四)가지가 없는 놈”에서 변한 말이다. 그럼 여기서 사(四)가지는 무엇일까? 인(仁), 의(義),예(禮),지(智)가 그것이다. 즉, 어질고 의롭고 예의 바르고 지혜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번처럼 막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자들을 가리켜 일컫는데 아주 적절한 말인 것 같다.

         

   

         

   

저작권자 © 국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