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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投機, 投棄)와 투자(投資)

  • 최태호 교수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9.0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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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중부대 한국어 교수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 교수

요즘 세종시 사람들은 ‘특공’이라는 단어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실제로 세종시 사람들은 도시가 발전하면서 혜택을 누린 것이 별로 없다고 느낀다. 구도시와 신도시 사이에 격차가 심해지고, 세금은 늘어났고, 학교는 부족해서 불만이 극도에 달하고 있다. 세종으로 이사오는 공무원들에게 부동산을 특별공급한다고 해서 ‘특공’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별걸 다 줄여서 표현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해설을 붙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많다. 구도시(조치원)에서 신도시(보람동)으로 시청을 옮겼으니 여기도 특별공급 대상이라고 해서 자체 특별 분양받은 공무원이 많은가 보다. 그러니 세종시에 오래 살았어도 일반인들은 분양받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 필자도 허름한 주택이 하나 있는 관계로 분양 신청했다가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다. 이제는 특별공급을 줄이고 일반 분양을 많이 한다고 하니 아내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렇다고 될 것도 아니지만 꿈을 꾸는 것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부동산 투기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웃돈을 주고 사는 사람들은 훗날 오를 것을 예상하고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럴 때 부동산 투기(投機)라는 말을 써야 하는지 살펴보자. 우선 투기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한자를 병기하지 않으면 정말 실수하기 딱 좋은 단어가 ‘투기’다. 위에 예시한 ‘투기(投機)’는 “1.기회를 틈타서 큰 이익을 얻으려 함 2.시세 변동을 이용하여 큰 이익을 얻으려고 부동산 따위를 사고파는 매매 거래”를 말한다. 그러니까 시세 차익을 노리고 부동산을 매매하는 것을 투기(投機)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일반인이 주거 목적으로 사는 것과 ‘큰 이익을 얻으려고 매입하는 것’과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 궁금하다. 필자는 세종시에서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전의면에 있는 밭이 있는 주택을 구입했다. 이미 5년 전에 팔아 버린 아파트는 10억이 올랐다고 하니 망해도 쫄딱 망한 것이다. 하지만 전의에 있는 집도 조금은 올랐으니 위안을 삼아보기도 한다. 혹자는 넓은 평수의 밭을 구입했으니 이것도 투기라고 할지 모르겠다. 이런 경우는 투기라고 하기보다는 ‘바보같이 아파트를 투기(投棄)’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같은 단어지만 ‘투기(投棄)’라고 하면 “내던져 버림”을 뜻한다. 미련없이 아파트를 내던져 버리고 나왔으니 우스갯소리로 ‘투기(投棄)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의 예문으로는

쓰레기를 투기(投棄)했다

고 쓸 수 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렸다는 의미임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아파트를 투기(投棄)’하고 나니 가슴이 조금 쓰리기는 하다. 많은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었으니 말이다.

한편 투자(投資)라는 말과 투기(投機)라는 단어 사이에서 헷갈리는 독자가 많을 것 같아서 분석해 보기로 한다. 투자(投資)는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자금을 대거나 정성을 쏟음”을 말한다. 그렇다면 투기(投機)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투기(投機)는 “시세 변동을 이용하여 갑자기 큰 이익을 보고자 하는 것”을 말하고, 투자(投資)는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는 것”이니 사업관 관계가 있다. 예문으로는

유망 업종에 활발한 투자(投資)가 이루어진다.(<표준국어사전> 재인용)

그는 투기(投機) 혐의를 받고 공직에서 물러났다.(<고려대 한국어사전> 재인용)

예문과 같이 돈을 대는 것은 같지만 의미는 천양지차다. 그래서 우리말은 한자와 함께 공부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한글전용도 좋은 말이지만 이미 한자어가 우리말 명사의 80%을 점유하고 있는 만큼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은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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