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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부’와 ‘존버’ 이야기(18금)

  • 최태호 교수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10.1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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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중부대 한국어 교수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 교수

오늘은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얘기만 해야겠다. <오징어 게임>이라는 영화의 영향인지 ‘깐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유력 정치인들도 이런 말장난을 하고 있음을 볼 때 안까깝기 그지없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정치인은 ‘존버’라는 용어를 써가면서 때가 되면 자신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존버’를 당부했다고 한다. 참으로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글날이 지난 지 얼마나 됐다고 유력 정치인들이 되지도 않는 줄임말과 비속어를 사용하고 있는가 자못 애석하다. 특히 학생들이 하도 많이 써서 마치 우리말 부사가 되어버린 듯한 ‘절라’라는 단어가 변형된 비속어를 마치 증권계의 흔한 용어인 양 정치인이 사용하는 것은 미간을 찌푸리게 한다. 요즘은 ‘별다줄(별 걸 다 줄인다)’이라고 해서 줄임말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 있는데, 필자도 비인간의 대열에 들어가는 것 같아서 더욱 슬프다.

우선 ‘존버’라는 용어부터 살펴보자. 이 용어는 증권사에서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학생들의 비속어에서 비롯되었다. 우스갯소리 먼저 해 보자. 어느 여학교 점심 시간에 학교 방송국 아나운서가 “오늘은 절라 아름다운 날이에요.”라고 했더니, 교장 선생님이 국어 교사에게 물었다. “난 ‘절라’라는 단어를 처음 듣는데, 무슨 말이지요?” 하니 담당 여교사가 “요즘은 ‘무척’이라는 부사를 ‘절라’라는 말로 대신한답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그 어원이나 의미에 관심 없이 그냥 사용했던 것을 담당 교사가 해학(?)적으로 풀어 준 것이다. ‘절라’라는 말은 기성세대가 젊었을 때 아주 많이 사용했던 ‘좆나게’에서 유래했다. 그러니까 ‘좆나게>존나(게)> 졸라>절라’로 변하여 지금의 어린아이들이 함부로 쓰는 ‘절라’가 탄생한 것이다. 욕 중에도 상욕에 들어가는 말이다. 그러니까 ‘존버’라는 용어는 ‘좆나게 버티다’라는 뜻으로 끝까지 버티면 언젠가는 다시 올라갈 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현하는 말이다. 증권사에서 나왔다고 하는 말인데, 정치계에서도 쓰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또한 ‘깐부’라는 말도 그렇다. <오징어 게임>에서 나온 어린이 놀이의 용어인데, 정치토론회에서도 등장했다고 하니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전에는 등재되지 않은 말이다. 필자도 어렸을 때 사용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 의미를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고 그냥 써왔다. ‘깜보’, ‘깐부’, ‘깜부’, ‘깐부’ 등으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용어인데, 정확한 어원은 잘 모르고 그저 ‘구슬치기할 때 네오 내오 없이 함께 하는 친구 사이’를 ‘깐보(깐부)’라고 하였다. 우리말에 ‘보’가 사람을 의미하는 경우는 많다. 울보, 먹보, 째보, 뚱보, 잠보, 곰보 등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는데, ‘깐부’는 깜보에서 변한 것인가 유추하기도 하고, 깜부(캄보)는 combo(소규모의 재즈나 댄스 음악 악단, 여러 종류의 요리를 섞어서 제공하는 음식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보기도 한다. 네오 내오 없이 구슬을 나누는 것으로 볼 때 ‘combo’엣 유래했다고 보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있다. 과거 미8군에서 흘러나온 엉터리 영어가 정착한 예라고 볼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설을 본다면 한문시간에 즐겨 쓰던 ‘관포지교(管鮑之交 : 관중과 포숙아의 사귐으로 목숨을 바칠 수 있을 정도의 교분)’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즉 “너와 나는 관중과 포숙아와 같은 친구야.”라고 할 때 ‘관포’가 ‘깐부’로 변해서 전해졌다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줄임말을 알아야 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도 가능하면 좋은말이나 어쩔 수 없이 줄인 말이나, 줄여서 표준어가 된 것(영어의 NASA :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stration 미항공우주국) 등은 사용해도 무방하겠지만 일부러 사람들의 눈과 귀를 끌어보고자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아름다운 우리말도 많이 있는데, 굳이 비속한 말을 써서 여론의 주목을 끌고자 하는 유치한 행위는 더 이상 하지 말기를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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