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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후보들의 우화(寓話) 대결, 누가 잘했을까?

  • 장석영 박사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10.2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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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사건’을 놓고 우화를 인용해 대결하는 글을 자신들의 SNS에 올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후보가 먼저 “이제 쥐를 잡을 때”라며 야당을 겨냥하자 윤 후보는 이 후보를 다산(茶山) 정약용의 시에 등장하는 도둑고양이에 빗대 응수했다.

 이 후보는 엊그제 자신의 페이스 북에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글을 올렸다. 태산이 떠나갈 듯 요란한 일을 벌였지만,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 마리뿐이었다는 말이다. 즉, 예고만 떠들썩하고 실제로는 별로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전날 경기도 대상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공세로 일관한 야당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이제 쥐를 잡을 때”라며 화살을 야당을 향해 겨눴다. 민간 업자인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은 배후에는 ‘국민의힘이 있었다‘는 주장을 다시 한 번 우회적으로 표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야말로 덮어씌우기이고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원래 ’태산명동서일필‘이란 말은 로마의 계관시인(桂冠詩人) 호라티우스(B.C65~B.C 8)가 “산들이 산고 끝에 우스꽝스러운 생쥐 한 마리를 낳았다”라고 한 말을 중국에서 한문으로 의역(意譯)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사건은 아직 수사 중이어서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을 해서는 안 되는데도 이 우화를 쓴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여하튼 이 같은 이 후보의 야당에 대한 비판이 있자 윤 후보는 역시 자신의 페이스 북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이재명 후보에게>라는 제목으로 정약용의 시(詩) ‘이노행 (貍奴行)‘의 마지막 구절을 옮겨 적었다. 이노행은 고양이를 탐관오리(貪官汚吏)로, 쥐를 도둑에 빗댄 우화시다.

 윤 후보는 이 글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일찍이 ‘이노행’이라는 시에서 쥐와 쥐에게서 뇌물을 받은 고양이에 빗대 도둑과 도둑을 잡아야할 관리가 결탁한 현실을 통렬하게 풍자했다”며  “작년 말 청와대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두고 ’태산명동서일필‘이라며 깎아내리더니 이재명 후보도 대장동 게이트를 가리켜 똑 같은 말을  한다”고 꼬집었다. 윤 후보가 적은 ‘이노행’의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다.

 “너는 큰 가마 타고 거만을 부리면서(汝乘大轎色夭矯) ,다만 쥐떼들 떠받듦만 좋아하고 있구나 (但喜群鼠爭奔趨), 내 이제 붉은활에 큰 화살 메워 네놈 직접 쏴 죽이리(我今彤弓大箭手射汝), 만약 쥐들이 행패부리면 차라리 사냥개 부르리라(若鼠橫行寧狩盧) ”라는 내용이다. 이 후보를 고양이에 빗대서 그가 대장동 사건의 몸통이라는 야당의 주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화(寓話) 란 인간 이외의 동물 또는 식물에 인간의 생활감정을 부여하여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게 함으로써 그들이 빚는 유머 속에 교훈을 나타내려고 하는 설화(說話)를 말한다. 그 의도하는 바는 대개 이야기를 빌려 인간의 약점을 풍자하고 처세의 길을 암시하려는데 있다. 이를테면 이야기를 육체로 하고 도덕을 정신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이 일상 친근할 수 있는 생쥐나 까마귀여서 그들이 연출하는 기지(機智)와 유머에는 도덕적인 딱딱한 맛은 가셔지고 독자들을 흥미 속으로 이끌어 도의의 세계로 끌어드린다. 예컨대 이솝이나 퐁텐의 우화를 보면 간결하고 소박한 문체(文體) 속에서도 인간성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간직하고 있고, 교묘하게 인생기미(人生機微)를 찌르며 일상생활에 도덕적 기조를 제공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같은 두 후보 간의 우화를 통한 대화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본다.

 

 정치는 국가와 민족을 위하고 국민과 경제를 살리는 생활정치가 바람직하다. 나라가 어려운 것은 나라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고 국민의 혈세인 국고를 넘보는 도둑이 많기 때문이다. 정치만 하면 재산이 늘어나고 선량이라고 자처하는 자들은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하니 이런 소인배들이 이 나라를 좌지우지 한다는 게 앞날이 불안할 뿐이다.

 나랏돈은 눈먼 돈이나 마찬가지이고, 성실하게 노력해서 부를 쌓기보다는 부정과 비리를 통해 일확천금 하려는 쥐새끼 같은 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됐다. 국가예산이 복지라는 이름으로 줄줄이 새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수주하는 관급공사는 대장동 개발처럼 땅 짚고 수영하듯 돈만 먹는 공사가 되었다. 그러니 국민의 피 같은 예산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마치 피자조각처럼 사라지곤 한다.

 춘향전을 보면 변 사또의 생일잔치에 거지 차림의 암행어사 이몽룡이 말석에 앉아 술 한 잔에 안주 한 점 얻어먹고 적어놓은 시가 나온다. “금잔의 잘 빚은 술은 일천백성의 피요(金樽美酒千人血), 옥쟁반의 보기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玉盤佳肴萬性膏), 촛불에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니(燭淚落時民淚落),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도다 (歌聲高處怨聲高)”

 신분을 초월한 순수한 젊은이의 사랑, 절개를 지킨 여인, 권선징악의 상징이며 산천초목을 떨게 했다는 암행어사의 활약이 어우러져 길이길이 전해져오는 이야기. 우리나라 최초의 연애소설인 춘향전은 그 속에 정의는 살아있고 이렇게 하여 거꾸로 가는 역사는 바로 세워지는 호쾌한 반전을 담고 있어 많은 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작금처럼 어지러운 정국에서 이런 시원한 폭포 같은 반전을 기대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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