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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무슨 인연으로 만났을까?

  • 장석영 박사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10.2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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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인연(因緣)이란 참으로 쉽게 끊기가 어려운 노끈 같은 존재인가 보다. 혈연이야 피를 나눈 사이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가 되나, 요즘 들어서는 혈연보다도 학연이나 지연(地緣)이 더 탄탄한 모양이다. 이런 인연이 대인관계를 유지 발전시키는데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피천득 선생은 일찍이 ‘인연’이란 수필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제한된 생리적 수명을 가지고 오래 살고 부유하게 사는 방법은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맺으며 나날이 착한 일을 하고, 때로 살아온 자기 과거를 다시 사는 데 있는가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인연이란 좋은데 쓰는 것이지 나쁜데 써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 정치인들이 조직폭력배와 가까이 지내거나 끼리끼리 인연을 주고받으며 인연의 끈을 더욱 단단히 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경우, 조직 폭력배와의 연루의혹이 제기돼 세인(世人)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지 오래됐다.

 그런 가운데 성남 국제마피아파 핵심 조직원인 이태호 씨가 이재명 후보는 물론 민주당 주요 인사들과 두루 사진을 찍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씨는 2017년 6월 페이스 북에 민주당 대선경선에서 3위를 한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추 전 대표 말처럼 정치인으로서 행사를 할 때 누구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면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일일이 신분을 확인한 뒤 찍을 수도 없어 이런 사진이 많을 수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런 불찰의 원인은 정치인에게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가 지역구인 민주당 원내 대표 출신 김태년 의원도 이태호 씨와 사진을 찍었다. 2017년 성남시 호남향우회 정기 월례회에서라고 한다. 김 의원의 고향은 전남 순천이며, 순천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재명 후보는 직접 이태호 씨와 찍은 사진도 있다.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시장 집무실에서 찍은 것이다.

 뒤편 벽에 ‘덕풍만리 (德風萬里: 덕을 실은 바람은 만리를 간다)’라는 휘호가 보인다. 이 사진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장기표씨가 세상에 알리면서부터다. 그런데도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온 이재명 후보 캠프 대변인은 그 사진에서 시장 책상 위에 두 발을 올려놓고 있는 이가 이태호씨가 아니라고 우긴다. 후안무치의 언행이 역겨울 정도였다.
이 후보의 후임 성남시 은수미 시장도 이태호 씨와 사진을 찍었다. 이 씨가 은 시장의 팔 장을 끼고 웃는 모습이 오랜 친구 사이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 은 시장은 이태호 씨가 속한 국제마피아파 출신 인사에게서 1년 간 차량을 제공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10월 벌금 90만 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이재명 캠프 총괄공보단장을 맡았던 안민석 의원(경기 오산 시)도 2017년  9월쯤 이태호 씨와 사진을 찍었다. 안 의원의 북 콘서트에서다. 이태호 씨는 행사장에서 민주당 화천대유 .토건 비리 TF 단장으로 이 후보를 돕는 김병욱 의원 (경기 성남 분당을)과 사진을 찍었다. 한편 안 의원은 이태호 씨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엊그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태호 씨와 이 후보의 관계와 관련해 의혹을 제기 하자 이를 적극 비판했었다. 김 의원은 다음날 TF 회의에서 “국회의원이, 조폭이 구치소에서 쓴 3류 소설을 국감장에 들고 들어온 것에 아연실색했다”고 언급, 기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고 한다. 이 씨는 지난해부터는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도 만났다. 양승조 충남도지사, 백군기 용인시장 등이다.

 

 이태호 씨는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출신 박철민 씨가 ‘큰 형님 ’으로 표현한 인물이다. 박 씨는 지난 18일 행안위에서 김용환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공개된 사실 확인서에서 “국제마피아가 이재명 후보에게 돈을 건냈다”고 주장했다. 해당 자료에는 이 후보가 변호인 시절이던 2007년 이전부터 국제마피아와 유착관계가 있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씨는 “(이 후보는) 유착관계에 있어서 국제파 조직원들에게 이 사건을 소개받고 커미션을 주는 그런 ‘공생관계’였다.”며 “ 이재명 시장 선거 당시 이태호 국제마피아파 큰 형님이 합류하게 되면서 인연은 더 깊어 갔다”고 주장했다. 이런 각종 주장에 대해 검찰은 즉각 수사하고 진실 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다.

 민주당 사람들은 이 같은 조폭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자랑하는 것만이 아니다. 대장동 개발 특례의혹에 대한 진실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회천대유 자산관리 핵심 인물과 여당인사들의 인연 또한 관심을 끈다. 의혹의 중심에 선 남욱 변호사는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4호의 실소유주다.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했고, 1000억 원 대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의 처남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뒤부터 안민석 의원실에서 비서로 일한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의 지역구는 수원 시 장안구이며,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비서실장을 겸한다. 또 이재명 후보가 경선캠프에서 활동했다.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는 이화영 전 열린 우리당 (현 민주당)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이 전 의원은 경기도 출자기관인 킨 텍스 사장이며, 이 후보의 최 측근으로 꼽힌다.

 원유철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은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았다. 다시 한 번 피천득의 글을 인용해 본다. “정상이 아닌 경우를 제외 하고는 우리들은 다들 착하다. 사람은 본시 연한 정으로 만들어졌다. 여린 연민의 정은 냉혹한 풍자보다 귀하다. 우리 모두 이런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인생은 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도대체 무슨 인연으로 만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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