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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유감

  • 최태호 교수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11.0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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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중부대 한국어 교수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 교수

 

필자는 40년 가까이 교단에서 한국어나 한국어와 관련된 학문을 강의해 왔다. 한국말도 참 잘하는 편이다. 사실 말보다는 글로 쓰는 것을 잘한다. 말로 하는 것은 목사나 변호사들이 잘하고 필자는 논리적으로 글을 쓰라고 하면 조금 더 잘 할 수 있다. 특히 어휘나 어원에 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기도 한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늘 하는 얘기 중의 하나가 “누구든지 스스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업을 삼으면 좋고, 그것을 즐길 수 있으면 더욱 좋다.”고 해 왔다. 그래서 필자는 자신있는 한국어 장사(?)를 오래 해 왔다. 학부에서는 한문교육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한국어교육을 전공한 터라 이쪽 관련 분야에서는 그냥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 한국어를 일반인보다 쬐끔(?) 더 알고(예를 들면 ‘온’, ‘즈믄’, ‘골’ 등), 한자도 일반인들보다는 조금 더 안다.

요즘은 새로운 단어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필자도 젊은이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다. 특히 인터넷 관련 용어나 Zoom으로 수업할 때 주석 다는 법도 배우고, 거기서 활용하는 용어들도 제자들에게 배운다. 어찌 보면 강의하면서 필자가 얻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오징어 게임"과 "오징어 가이센(가이상)"

요즘은 오징어 게임이라는 말이 세계적으로 유행이다. 실제로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오징어 가이상’이라고 하며 즐기던 놀이다. 그 뜻은 모르지만 그냥 동그라미, 세모, 네모의 그림을 오징어처럼 그려 놓고, 몸싸움을 해서 맨 위에 그려져 있는 동그라미에 발을 대면 승리하는 놀이였다. 형제간에도 했고, 동네 친구들과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숨바꼭질은 많이 해 봤지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필자보다 약간 어린 세대에서 많이 했던 놀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영화 덕분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도 세계적인 놀이가 되고 있어 무척 고무적이다.)

예전에는 ‘오징어 가이상’이라고 했는데, 세월이 흐르니 일본어도 영어에 밀려서 ‘오징어 게임’이라는 말로 영화화되었다. 하기야 중국에서는 ‘어벤져스’를 ‘복수자들’이라고 해서 방영하고 있으니 번역하는 것이야 그들의 마음이니 어쩔 수가 없다. 다만 우리가 어린 시절에 많이 썼던 의미도 모르는 단어가 상당히 많았었다는 것을 요즘에 와서야 느낀다.

가이상은 ‘가이센(會戰)’이라는 일본어를 우리말인 줄 알고 썼던 단어다. 아마도 대규모 군사들이 격돌하는 것을 흉내내어 게임을 즐기던 것이 아닌가 한다. 때로는 오징어 대가리(동그라미)에 돌을 놓고 그것을 집으면 승리하는 것으로 하기도 하고, 동그라미 안에 발을 집어 넣기만 해도 이기는 것으로 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말에서 일본어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으나 영어는 오히려 그 세력을 확장하여 더욱 많아지고 있다. ‘오징어 놀이’라고 해도 좋을 것을 ‘오징어 게임’이라고 해서 세계적 놀이로 커가고 있으니 고무적이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오징어 놀이’라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필자도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는 일본어를르 더 많이 썼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점심시간에는 ‘벤또’에 밥을 싸 와서 ‘다꾸앙’을 반찬으로 끼니를 때웠다. 신발이 없어서 송판에 타어어 잘라 못으로 박아서 ‘게다’를 만들어 신고 다녔으며, 옷에 ‘에리’가 더러워졌다고 혼나기도 했고, 쓰메기리로 늘 손톱을 깎았다. 그러다가 어느날인가 국어순화운동이라는 것이 일어나고 한자어까지도 한글로 바꾸었으나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한자어는 그대로 남아 있고 일본어는 한국어로 바꿔서 사용하였다. 그런 덕분에 닭도리탕이 ‘닭볶음탕’ 바뀌었으며, 다꾸앙도 ‘단무지’로 바뀌었다.

이제는 게임이라는 말이 한국어처럼 쓰이고 있다. 글로벌 시대라고 해서 영어를 많이 쓰는 것도 좋지만 우리말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우리말로 사용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태권도처럼 차려, 경례를 한글로 지도하니 얼마나 좋은가? 우리말을 세계화하는 데는 태권도인의 업적도 크다. 한국어를 사랑하는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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