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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체제' 중수청 가능성에…'원조 한국형 FBI' 국수본 흔들리나

  • 김수선 기자 010@kukmini.com
  • 입력 2022.05.23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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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반부패공공범죄 수사과장(총경)이 3월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기자실에서 부동산 투기사범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2022.3.21/뉴스1 © 뉴스1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한국형 연방수사국(FBI).'

국회에서 현재 논의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의미하는 수식어가 애초 아니었다. 지난해 1월1일 출범 당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한국형 FBI'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 당시와 비교해 국수본의 존재감이 약해지지 않았냐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한동훈 체제' 법무부 산하 중수청 설치와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의 취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국수본의 입지와 설립 취지가 흔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찰 수사전문 조직의 탄생

23일 경찰에 따르면 국수본은 '검찰수사권 축소·경찰수사권 확대'로 요약되는 수사권 조정의 후속조치로 출범했다. '경찰 66년 숙원'인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모든 범죄를 수사해온 검찰의 수사범위를 6대 범죄로 제한하고, 경찰수사에 대한 검찰의 권한을 폐지한 것이다. 국수본은 지난해 1월1일 시행된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책임수사 체제'의 상징인 셈이다.

출범 당시 '검찰총장'에 비유됐던 국수본부장은 경찰수사 총괄 지휘자다. 경찰 계급서열 1위인 경찰청장(치안총감)은 국수본 출범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를 할 수 없다.

국수본부장의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한 까닭도 그에게 책임수사 권한을 부여하는 차원이었다.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비대화가 우려됐던 이유는 이런 배경에서다. '한국의 FBI' 국수본의 출범으로 경찰의 수사권한이 막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출범 첫해 국수본의 성과를 두고 "아쉽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국수본이 총괄 지휘한 '부동산투기 의혹' 수사가 대표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의 의혹으로 시작해 정부부처 공직자와 국회의원 등 고위직 관련 의혹으로 폭넓게 확산된 사건이다.

경찰은 부동산투기 혐의자 6081명(1671건)을 수사해 4251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수사 대상에 올랐던 '산 권력' 국회의원과 가족 33명 가운데 14명만 송치했다. 이마저도 국회의원은 6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8명은 가족이다. 구속된 국회의원은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 1명 뿐이었다.

국수본 내부에서는 "투기혐의 입증이 원래 쉽지 않는데, 4250명 이상 송치를 저평가해선 안 된다"는 반박이 나온다. 그러나 국회의원 등 고위직 수사에서 뚜렷한 결실을 보지 못해 용두사미가 됐다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2021.3.2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경찰청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 등 주요사건 수사를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며 "다만 국수본이 출범 후 (1년5개월 동안) 어느 정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남구준 국수본부장은 지난 3월 취임 1주년 언론 인터뷰에서 "기대가 컸던 만큼 (국수본의) 성과가 미진했다는 평가가 있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경찰의 역사가 곧 수사의 역사다. 70년이 넘는 노하우가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새롭게 '한국의 FBI'로 떠오른 중수청

이런 가운데 중수청이 한국의 FBI로 새롭게 부상됐다. 국회는 중수청 설치를 위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중수청이 현재 논의 중인 방안대로 출범하면 검찰의 남은 '2대 범죄' 수사권한까지 폐지된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약 4개월 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된다.

정치권은 사개특위 구성 후 6개월 내 관련 법안을 마련해 입법화한 후 1년 안에 중수청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럴 경우 중수청과 국수본과의 '역학관계'에도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국수본 안팎에서는 중수청의 수사범위에 주목하고 있다. 중수청이 만일 검찰의 남은 2대범죄 수사권만 넘겨받는다면 경찰과 중수청이 충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수청이 현행 경찰의 수사범위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중수청의 수사 범위가 그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다. 경찰의 수사범위와 중첩돼 경찰 입장에서는 기존 수사권한을 침해받는다. 그렇게 된다면 업무분장이 중요하겠지만 과거 검경처럼 경찰과 중수청이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까지 있다.

가뜩이나 경찰 수사에 비판적인 여론이 있는 만큼 중수청은 국수본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중수청의 수사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중수청이 경찰수사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면서도 "기존 안보다 중수청의 수사범위가 넓어질 경우 경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공동취재) 2022.5.2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한동훈 "중수청, 법무부 소관 바람직"

중수청이 어느 부처에 자리잡을지도 국수본 안팎의 관심사다. 현재로서는 법무부 소관으로 설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런데 현 법무부 수장은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장관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법무부 내 중수청 설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한동훈 장관은 후보자 시절 "중수청 설치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설치를 전제로 하면 '법 집행'이 문제인 만큼 법무부 소관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후임 국수본부장으로 검찰 출신 인사가 올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와 국수본 내부에선 긴장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에 따라 국수본부장은 임기가 2년이며 중임은 할 수 없다. 헌법과 법률을 위배할 경우 국회에서 국수본부장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

외부 개방직 임용 시 자격 요건은 Δ10년 이상 수사업무 경력자 가운데 고위공무원·경찰 총경 이상 출신 Δ판사·검사 또는 변호사로 10년 이상 있었던 사람 Δ정당 당원이거나 당적을 이탈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Δ선거로 취임해 공직에 있거나 그 공직에서 퇴직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이다.

국수본부장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출신인 만큼 검찰 출신의 국수본부장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수사권조정에 이어 '검수완박'으로 경찰 비대화를 의미하는 '공룡경찰' 우려가 나오는 만큼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을 배치해 견제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곽대경 교수 "경찰 수사지휘·통제가 관건"

현 남구준 본부장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장과 형사과장, 사이버안전국장을 역임한 '경찰 수사통'으로 임기가 내년 2월까지다. 초대 국수본부장인 그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권자 판단을 사전에 언급하는 것을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외부개방직 인사를 임명해도 조직 이해도가 높은 분이 올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법률상 검사나 변호사 출신 인사도 국수본부장직이 허용되고 현 정부에서 검찰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있는 만큼 검사 출신 국수본부장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검찰은 수사 전문가라 하지만 사실 법률 전문가로 현장 중심의 경찰수사 지휘·통제를 잘 수행할지 관건"이라며 "정치적 외풍 등 대외적인 요인에 맞서 수사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2021.10.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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