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정치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 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곤란한 질문을 비교적 잘 받아넘겼다면서 "(앞으로 난처한 입장에 서지 않으려면) 모든 인사는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처럼 국제사회나 언론으로부터 '남성중심 내각' 등의 지적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박 전 원장은 22일 SNS를 통해 "한미정상회담 합동기자회견장에서 윤 대통령에게 워싱턴포스트(WP)기자의 다소 쌩뚱스런 질문으로 화제다"며 지난 21일 WP 기자가 윤 대통령에게 "한국정부 내각에는 대부분 남성만 있고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낮다"며 이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 대책을 물은 일을 지적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잠시 뜸을 들인 뒤 "공직사회에서, 예를 들어 장관이라면 그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 (이는)아마 우리 각 직역에서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이런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다"고 답했다.
박 전 원장은 "기자는 무엇이나 질문하는 게 직업이고 이것이 민주주의다"면서 2000년 김대중, 클린턴 한미정상회담 후 청와대 공동회견장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당시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2명의 기자가 두정상에게 교차 질문을 하기로 합의했고 당연히 질문내용은 (사전에) 몰랐다"고 했다.
이어 박 전 원장은 "미국 기자 2명은 똑같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르윈스키 스캔들'을 질문했다"며 미국 기자들이 한미정상회담과 전혀 관계없는 클린턴 대통령을 탄핵직전까지 몰고갔던 스캔들을 파고 들었다고 회상했다.
박 전 원장은 "클린턴은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성실하게 답변했고 오히려 난처했던 건 김대중 대통령과 사회를 보던 저였다"고, 이러한 일을 예상못해 당황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WP기자의 질문 '여가부 폐지와 내각에 여성 장관이(없다)는 압권이었고 윤 대통령도 재치있고 간결하게 답변을 잘 하셨다"고 윤 대통령의 상황대처 능력을 나름 평가했다.
다만 "모든 인사에는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도 아셨으면 한다"며 남녀, 지역, 계층간 균형인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