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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정통성을 묻는다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7.2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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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아침 일찍 동네에서 산책하다가 차 한 잔 하러 카페에 들렀다. “오늘 어르신이 첫 손님”이라며 반갑게 맞이하는 주인 김 사장(46)은 내가 차를 주문하자마자 대뜸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필자의 의견을 묻는다. 그의 질문은 신랄하고 조리가 있어보였다. 필자가 즉각적으로 느낀 것은 이 사건에 대해서는 발생 원인이나 처벌, 그리고 그 배경 등에 대해 일반 시민들도 상세히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어르신, 대법원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것을 놓고 김 전 지사 본인은 물론 여당이 일제히 ‘억울하다’, ‘대법원의 유죄 확정은 유감스럽다’ 등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면서요?” 그는 이어서 “증거가 모두 드러났는데,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불복한다는 피의자나 그를 두둔하는 문 정권 사람들은 어떻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억지를 펴는지 모르겠어요.”

 필자가 듣고만 있으니 그는 점점 언성을 높여 가면서 사건의 의문점에 대해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그때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젊은 손님이 대화에 끼어든다. “ 청와대는 김 전 지사의 판결에 대해 ‘입장이 없다’고 했다면서요? 하긴 할 말이 없겠지요. 모든 게 백일하에 드러났으니까요. 그런데 가장 큰 의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드루킹 조작을 몰랐을 수 있나 하는 점이지요. 드루킹 댓글 조작은 문재인 후보 캠프 핵심에서 벌어진 것이잖아요. 그리고 김 전 지사는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모든 일정을 챙기고 대변인 역할을 한 측근 중의 측근 아니었나요?”

 그들의 결론은 간단했다. 지금까지 문 정권의 실세로 통한다는 김 전 지사가 아닌가. 그런 사람이 댓글 공작을 벌이는데 대선 후보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오늘도 이틀째 침묵을 지킨다고 보도됐더군요.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이건 분명히 부정선거예요. 그래서 문 대통령의 당선이 정당성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야당인 국민의힘 당도 웃겨요. 코미디 하는가 봐요. 부정선거를 ‘사과하라’고 해요. 부정선거를 했으니 ‘사퇴하라’고 해야 하지 않겠어요?”

 카페를 나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해 봤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은 대선과정에서의 선거공작, 여론조작은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깨닫게 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보았다. 더구나 이 사건은 문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문제까지 묻는 단계에 이르러 그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보좌하던 최측근 인사가 불법적으로 댓글조작에 가담한 것이 최종적으로 인정됐기에 문 정권의 정통성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판결이 난 이틀째에도 일제히 사법부 판결을 비판하며 야권의 대통령 사과 요구 및 정권 정통성 공격에 대한 차단에 나섰다는 보도다. 특히 여당은 “2012년 대선 때 국정원 댓글 사건과 이 번 드루킹 사건을 유사한 것으로 매도하는데 두 사건은 전혀 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국정원 댓글 사건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라고 했다는 것이다.

  문 정권의 ‘내로남불’은 이처럼 댓글조작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드루킹 댓글 조작이나 선거제도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보면 본질은 똑 같다. 그만큼 두 사건 모두 “있어서는 안 될 사건”들이다. 그래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장 등이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선 민간 조직이 동원돼 댓글조작을 자행한 것이다. 그리고 드루킹 댓글 조작은 횟수와 전파력에서 국정원 댓글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드루킹 댓글 조작은 4,133만회로 국정원 댓글41만회의 백배에 달했다.  

 

 또 국정원 댓글 사건은 주로 이름 없는 소규모 사이트에서 벌어졌다. 요원들이 적국(敵國)에 대한 사이버 전쟁 중에 국내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댓글을 달은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하지만 드루킹 댓글 조작은 주로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전문적으로 이루어졌다. 전파력도 수천 배에 달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말대로 국정원 댓글이 ‘국기 문란’이라면 드루킹 댓글조작은 ‘국기 파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김 전 지사가 3년 전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자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 판사 탄핵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까지 했다. 검찰과 경찰도 정권의 충견(忠犬) 노릇을 했다. 검. 경은 ’늑장수사‘에다 ’봐주기 수사’로 일관한다는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결국 검. 경대신 드루킹 조작을 밝혀낸 것은 허익범 특검팀이었다. 온갖 방해와 난관에도 허 특검팀은 김 전 지사를 기소한 지 3년 만에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그동안 김 전 지사는 경남지사에 출마해 당선됐고, 임기의 4분의 3을 채웠다. 범법자(犯法者)가 도지사 임기를 거의 다 채운 것이다.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 받은 김 전 지사는 오는 26일에야 교도소에 수감되는 모양이다. 형 집행 대상자는 출석 통보 다음날 관활 검찰청에 출석하여 입소하는 게 원칙이다. 치료 등이 필요한 경우 3일 한도에서 연기할 수는 있다. 그런데도 엿새씩이나 늑장 입소한다고 한다. 한명숙 전 총리가 입소할 때가 기억난다. 법이 만인에게 공평한 것인지 묻고 싶다.

  야권은 김 전 지사의 유죄 확정 판결부터 연 이틀 “몸통은 문 대통령”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모양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시절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며 “즉각 사과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선거 개입을 넘어선 선거 조작사건”이라면서 “김 전 지사 한 사람 구속됐다고 끝날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이 사건을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 논란으로 끌고 가려는 포석이다.

 대선 과정에서의 선거공작이나 여론 조작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민주주의의 적’이다. 청와대가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두고 “입장이 없다”며 침묵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돼 온 ‘친문적자(嫡子)’의 댓글조작 유죄 확정은 사적인 사안이 아니고 공적인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법원 판결에 대한 존중과 함께 사과의 뜻을 밝히는 게 마땅한 도리(道理)다. 그리고 대선판도를 흔드는 제2의 선거공작이나 여론조작은 근절시키겠다는 약속을 국민들께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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