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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싸움으로 날 새면서 어찌 ‘정권교체’ 하나

  • 장석영 스페셜 칼럼 webmaster@kukmini.com
  • 입력 2021.08.1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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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영 박사
장석영 박사

제1 야당인 국민의힘 돌아가는 꼴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나라를 위해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니 한동안 그러다 그만 두겠지 하고 기다려 봤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싸움은 심화되는 양상이니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은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이준석 당 대표와 유력 대선주자 측의 설전(舌戰)에, 다른 대선주자들까지 서로 물고 뜯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들이 허구한 날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야권의 한 축(軸)인 국민의당과의 합당문제는 절망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가장 중요한 선언을 했다. 즉, 정권교체를 위해서 대선에서 국민의힘과 연합과 연대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그는 야권 후보다. 그런데 합당을 위한 실무협상에서 결렬됐다. 그러자 이준석 대표는 자신이 휴가를 떠나기 전에 ‘예스냐, 노냐’를 답하라고 압박 했다. 그런 중요 사안을 휴가가기 전까지 답하라니 이런 교만(驕慢)이 어디 있는가.

 원래 협상이란 게 양보할 것이 많은 쪽과 적은 쪽의 협상이라면 많은 쪽이 양보해야 타결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양보할 것이 없는 쪽에 대고 양보하라고 한다면 협상은 깨질 수밖에 없다. 지금 야권은 정권교체를 함에 있어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이다. 그래도 반드시 해야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모든 문을 다 열어놓고 받아드릴 것은 받아드려야 한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받을 테면 받고, 아니면 결별’이라고 선언했다. 오만(傲慢)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과거 김대중 총재가 김종필씨와 협상할 때를 상기해 보자. 당시 김대중 총재는 한광옥씨를 대리인으로 하여 김종필씨의 대리인인 김용환씨와 연합.연대 협상을 하게 했다. 김종필씨 측은 다양한 협상카드를 준비해 가지고 회담장에 나갔다. 그런데 협상은 의외로 빨리 끝났다. 김대중 총재가 한 대리인에게 “대선 후보 문제만 빼고 다 양보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가 가장 큰 정의이며, 가치고, 목표라면 나머지가 무슨 문제인가. 그러니 야권의 그 누구도 다 끌어드려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가장 약한 부분이 중도 층이다. 그러면 중도 층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에 대해 모든 걸 열어놓고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라도 모셔 와야 한다. 어쨌든 야권 전체를 통합시키고 화합시켜서 우선적으로 최고의 목표인 정권교체를 위해 나가야 한다. 국민들도 그런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절실하고 얼마나 절박했으면 저럴까” 하면서 “우리도 똘똘 뭉쳐서 힘을 합쳐야 하겠다.”고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실상은 어떤가?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안철수 대표와 연대를 하지 않았다면 국민의힘 만으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을까? 어림없다. 만약 제1야당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 되지 못했다면 국민의힘은 재기불능 상태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때 누구 때문에 그런 당이 안됐는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대표 덕이다. 안 대표는 줄곧 1위를 달렸고, 윤 전 총장은 지지율이 43%까지 올랐었다.

 국민들은 놀랐다. “어! 정권교체 되겠네, 지금껏 여당의 이재명, 이낙연 후보를 이긴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야권 후보가 43%라니” 하면서 정권교체의 싹을 보았다. 여기에 1위를 달리고 있던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과 연합과 연대를 하여 서울시정을 연정으로 끌고 가겠다고 선언했다. 이 정권에 불만을 품었던 ‘샤이 보수’들이 “이제는 됐다”하고 뭉쳤다. 그래서 이긴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에게 그런 언동을 해서 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 대표와의 결별이나 윤석열 대선주자와의 갈등은 해당(害黨)행위나 마찬가지다. 싸움 수준도 유치하다. 상대방의 말꼬리나 잡고, 조롱한다는 것은 제1 야당의 대표가 할 짓이 아니다. 이준석 대표는 그제 sns에 “예비후보 토론회는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정진석 의원이 “돌고래와 멸치, 고등어는 성장조건이 다르다”‘며 윤 전 총장을 돌고래, 다른 주자들을 멸치와 고등어에 비유한 것을 인용, 반박한 것이다.

 

 정 의원의 비유 자체도 부적절 하지만, 이 대표가 이어서 중진 의원인 정 의원을 대놓고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라고 지칭하는 등 매사에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처신은 너무도 가볍고 옹졸하게만 보인다. 이 대표는 대선주자들을 갑자기 봉사활동에 나오라고 하고, 불참한 유력 후보들에 대해 “이러다가는 지금 당장 선거를 치르면 5% 차이로 패한다”는 등 못마땅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측의 기 싸움은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전후해서부터였다. 윤 전 총장이 입당 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자, 이 대표가 윤 전 총장 지지율 추세가 “위험하다”고 언급하며 입당을 압박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이 치맥 회동을 하면서 긴장은 해소 되는 듯 했지만, 이 대표가 서울을 비운 사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입당원서를 제출하면서 긴장 수위는 다시 높아졌다.

 이를 두고 당 대표 리더십을 내세운 이 대표와 미래 권력에 도전하는 윤 전 총장의 주도권 싸움 성격이라는 견해가 있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대표가 즉각적으로 의사를 표하며 분란을 유발하는 것”이라는 견해와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당내 일부 그룹이 이 대표를 제치고 패권 세력화 하려 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그 후 이 대표가 ‘쪽방촌 봉사’와 ‘경선 후보 간담회’를 잇달아 열면서 주요 후보들의 참석을 압박하자 불만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특히 오는 18일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대선 주자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일방 통보하자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이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를 향해 “오만과 독선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이 대표는 자신의 손바닥위에 대선후보들을 올려놓고 자신이 기획 연출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시키려 한다”며 “ 그리하면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아서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 같은데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대선 주자인 홍준표 전 대표는 윤 총장지지 의원들을 향해 “돌고래를 따르는 레밍 같다“고 해 국민의힘이 마치 콩가루 집안인 것처럼 보이게 해 비난을 받았다. 윤 전 총장 측도 잘한 것은 없다. 기습 입당과 당내 행사 불참에 이어 캠프 인사가 ‘탄핵’까지 들고 나온 것은 도를 넘은 것이다. 이런 사태가 온 것은 모두 윤 전 총장의 책임이다.

 물론 ”30대 0선‘ 대표가 국민의힘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건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후보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주히 뛰고 있는 후보들을 아무 때나 집합시켜 사진이나 찍는다면 “자기 정치를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당 대표의 가장 큰 책임은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그런데 대선후보 측과 대놓고 각만 세워서야 되겠는가.

 더욱이 이 대표는 특정 후보와의 깊은 인연으로 하는 일에 대해 오해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걸핏하면 SNS에 다른 후보를 조롱하는 것 같은 언사를 쏟아 붓는 것은 아주 잘못된 처사다. 지금 문 정권의 실정(失政)은 하나 둘이 아니다. 부정선거 문제라든지, 안보 국방정책, 경제정책, 부동산 정책, 코로나 백신수급 정책 등 따지고 들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당 대표가 돼가지고 이런 문 정부의 실정을 공격하지는 않고 당내 대선후보들과 말싸움이나 하고 있다니 어찌 한심하다 아니할 수 있는가. 선거운동은 대선주자들에게 맡겨 놓고 대표는 대여(對與) 공세에 앞장서야 한다. 그런데 왜 그런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가. 그러면서 앵무새처럼 ‘정권교체’를 외친다. 이게 ‘탄핵’이란 말을 나오게 한 이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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